[데스크칼럼] 역대급 막장 대선...끝난 뒤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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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역대급 막장 대선...끝난 뒤가 더 걱정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2.01.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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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지난해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 됐다는 통계가 얼마 전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간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소고기는 25만3175톤으로, 미국산 소고기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21억3573만7000달러(약 2조5622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광우병 우려로 중단됐다 수입이 재개됐던 2008년만 해도 미국산 소고기의 국내 소비량은 5만3736톤에 불과했다. 그런데 13년 만에 약 5배로 폭증한 것이다. 2008년 5월부터 8월까지 100여일에 걸친 광우병 파동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믿기 힘든 수치다. ‘온 나라를 뒤흔든 혼돈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느냐’는 허무감이 몰려든다.

돌이켜보면 광우병 파동은 10년간의 민주당 정권에서 9년간의 보수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진통이었다. 달리 말하면 보수 진영의 재집권에 내심 불복하던 반대 진영의 저항 운동이나 다름없었다.

광우병 파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를 향한 합리적 비판보다는 허위 정보에 의한 정치적 선동이 만연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광우병을 넘어 의료·수도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사업, 학교자율화, 언론과 방송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공격이 가해진 것 역시 광우병 사태의 본질을 보여준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8일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미국산 소고기 협상에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철회했으며 청와대와 내각 개편도 약속해야 했다. 대통령 취임 후 채 넉 달도 되지 않아 막 꾸린 청와대와 내각이 흔들리고 핵심 대선 공약까지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였다.

임기 초 허니문을 누리며 국정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새로운 정권의 국정 동력이 급격히 꺼진 것은 물론이다. 집권 초기 50%를 웃돌던 이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석 달 만에 20%선마저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보수 정권 흔들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집권 1년 만에 세월호 참사로 위기를 자초한 박근혜 정부는 ‘친박 대 비박’이라는 내전까지 더해진 끝에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종언을 고해야 했다.

그 사이 한국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귀중한 시간을 놓쳤다. 이어진 문재인 정부도 통계 숫자 맞추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악의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바닥을 달리고 있다.

20대 대선이 채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희망이 보이기는커녕 갈수록 암담한 미래가 기다릴까 하는 두려움이 커진다. 명색이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으로 얻어진 제1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전화통화 녹취를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방송하고, 반대편에서는 여당 대선후보의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역시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틀어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런 막장 대선을 통해 탄생한 정권에 무슨 국정운영 동력이 존재하겠나. 대선 전부터 이럴진대 제2의 광우병 파동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역대급 막장 대선도 문제지만 대선이 끝난 뒤 후폭풍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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