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몰려가는 대출난민…3명 중 2명 ‘다중채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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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몰려가는 대출난민…3명 중 2명 ‘다중채무자’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2.01.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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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3곳 이상 돈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 66%…은행권 ‘두 배’
채무 적을수록 상환 능력 악화…대출 불량률도 저축銀 차주가 높아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부분…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 커질 듯
저축은행 이용자 대부분이 금융기관 3곳 이상의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이용자 대부분이 금융기관 3곳 이상의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저축은행 대출자 3명 중 2명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대출규모는 현재 약 100조원에 달한다. 작년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특히 대출 건전성 우려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최소 두 차례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저신용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의 이용이 많은 저축은행 특성상 금리 인상기에 이들 대출이 ‘부실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다.

◇차주 3명 중 2명이 저신용 ‘다중채무자’

13일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전체 대출자 가운데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66%였다. 참고로 은행권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29%에 그친다.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78.1%에 달한다.

저축은행 대출 규모는 현재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10월 말 기준 95조578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7조9108억원(23.06%) 늘었다. 지난해 저축은행 대출이 월평균 1조8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했을 때, 이르면 이달 1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은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본격화하자 저축은행들이 우회로를 찾아 개인사업자 및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별다른 조건 없이 1억 원 이하를 빌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많이 찾는다.

◇‘빚 적은 차주’가 대출 부실화 위험↑

다중채무자 중에서도 채무가 적은 이들이 상환 능력이 부실했다. 코로나19 이후 자금난이 심화한 서민들이 되는대로 급하게 대출을 끌어쓴 영향이다. 신용정보원이 발간한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특성 분석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300만원 이하로 돈을 빌려간 저축은행 다중채무자의 ‘불량률’은 10.3%였다. 저축은행에서 같은 금액대로 돈을 빌린 차주의 전체 불량률 6.8%보다 3.5%p 높다. 300만원 미만의 은행권 다중채무자 불량률(4.0%)이나 전체 차주 불량률(2.1%)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불량률은 1년간 90일 이상 돈을 갚지 못한 차주의 비율이다. 같은 다중채무자여도 대출금액이 큰 차주의 불량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1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을 빌려간 저축은행 다중채무자의 불량률은 7.4%다. 해당 구간에서의 전체 차주 불량률(6.7%)과 근소한 차이다. 5000만원 이상 고액 대출자의 경우 차이가 각각 6.5%, 6.8%로 더 좁혀진다.

다중채무자 중에서도 저축은행을 주로 이용한 차주의 불량률이 더 높았다. 저축은행에서만 다중채무를 진 차주의 불량률은 9.4%다. 1금융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7.1%)나 타 2금융도 함께 이용한 차주(6.7%)의 불량률보다 2~3%포인트가량 높다.

◇올해 한은 ‘두 차례’ 금리 인상…다중채무자 ‘부실 뇌관’ 부상

오는 1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새해 들어 주요 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6%p 급등해 최고 연 5.58%까지 올랐다.

대출금리 인상 영향을 받는 은행권 변동금리 비중은 최근 80% 이상이다. 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조83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은 금리 인상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전 금융업권 중 최상위 수준이다. 작년 6월 기준 지난해 말 대비 대출 채권 증가율을 보면 저축은행이 13.9%로 은행(4.7%), 카드(6.9%), 캐피털(7.9%)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중채무자의 상환 여력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평균 신용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신용도가 내려가거나 7등급 이하 저신용 상태에 정체 중인 차주 비중은 매년 41% 내외로 높다.

다중채무자의 상환 부담도 무거워졌다. 예보가 다중채무자의 부채부담 정도를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지표로 추산한 결과 지난 2020년 DSR이 증가한 다중채무자 비율은 25.8%로 전년 18.5%에서 빠르게 늘었다. DSR은 내야 할 원리금액이 커지거나 연소득이 줄었을 때 증가한다.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는 뜻이다.

백철 한국신용정보원 팀장과 이팽흠 예금보험공사 팀장은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현황 및 다중채무자의 취약성 평가를 통한 리스크요인 분석‘ 연구를 통해 “저소득·비은행권 위주 다중채무자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30일 이상 연체 경험 차주 비중이 높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선제적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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