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오미크론 와중에 지옥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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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오미크론 와중에 지옥철 경험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1.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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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코로나19 재확산 와중에 출근길에 올랐다. ‘지옥철’이라는 지하철 9호선을 탔다. 과연 지옥 다웠다. 수백명 확진자가 생길 때도 재택근무가 많았는데 수천명인 현재 이리도 출근자가 많을지 몰랐다. 지하철서 거리두기는 예외다. 특히 아침 9호선은 1미터는커녕 1미리도 간격을 떼기 힘들다. 확진자가 생기면 역학조사는 불가능하다.

서울은 왜 이리도 빽빽한가. 코로나 때문에 더욱 전원생활을 그리게 되지만 꿈일 뿐이다. 막상 지방에서 산다고 하면 우선 일자리가 걱정이다. 이래저래 일자리를 해결한다고 해도 자녀 교육, 치안, 교통, 근린생활시설 등 수도권 살이가 아쉬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왜 부동산에 투자 안하냐'고 아내가 잔소리한다. 노후 대책으로 저축한 돈, 그냥 은행에 맡겨 두기 아깝다는 것이다. 통장에 착실하게 모은 돈이 부동산을 생각하면 초라해진다. '누구는 집을 샀는데 수억원이 올랐다더라.' 그냥 소문이 아니라 실제 인터넷에 뜨는 주변 아파트 거래가격이 그렇다.

이재명, 윤석열 차기 정권 대선 후보들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다. 현 정부도 부랴부랴 수도권에 아파트 공급을 더 늘린다거나 주로 양도세 등 세금을 조정하겠다는 얘기가 많다.

물론 지방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도 정부에서 많이 내놓고 있다. 당장 가시적 효과가 급한 정부가 수도권 대책에 좀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공급대책으로 수도권에 인구수가 더 늘어나면 지하철 9호선이 버틸지 걱정이다. 삭막한 도심 생활에 질려 지방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은퇴한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

명절 땐 고향인 진주에 내려간다. 진주는 코로나 발생 이전엔 해마다 남강 축제를 했다. 유년시절 경험한 것보다 성년이 됐을 때 본 축제는 규모도 크고 화려하고 관람객들도 많았다. 진주는 아름다운 도시, 다시 살고 싶은 도시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축제가 끝나면 서울에 비해서 한적해진다.

지방 정부에 돈이 많아지면 제2, 제3의 서울처럼 지방도 인기가 생기지 않을까. 진주만 해도 지자체가 예산을 전보다 많이 써서 축제가 더 화려해졌다고 한다. 지방에 기업들이 공장을 많이 짓고 지역발전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큰데 그 매출에 대한 세수는 중앙정부로만 쏠린다. 디지털세, 최저한세 등 각국이 기업 세수를 나누자고 글로벌 공론화하는 정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추가 공급이나 양도세를 조정하는 고민보다 지방에 유동성이 돌 수 있도록 제도를 고민하는 게 더 유익하다.

지자체에 돈이 생기면 교통 인프라부터 신경써야 한다. 지하철은 단순 교통수단이 아니라 주변 상권을 살리는 명물이다. 예전 구미에 취재를 갔을 때는 교통편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곳에선 삼성전자의 사업 상당부분이 해외로 이전해 지역경제에 대한 고민을 체감했다.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를 하는 삼성전자는 현지 주 정부로부터 상당한 세금 감면 혜택 등을 받게 된다.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선 주 정부간 지원혜택을 두고 유치경쟁이 치열했다. 우리 지자체도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데 그만한 권한이 있는지 궁금하다.

삼성전자가 향후 국내 투자를 늘린다고 했어도 평택이나 수원 등 기존 공장과 연계해야 하는 만큼 또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워싱턴D.C 외에도 뉴욕,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 특색있는 도시가 많다. 우리는 서울, 수도권에만 함몰된 경향이 부동산정책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대선 후보들이 진지한 공약을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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