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려 앉았다… 반복된 사고에도 바뀐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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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려 앉았다… 반복된 사고에도 바뀐게 없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2.01.03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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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역 일대 땅꺼짐 현상, 수변 전부터 비슷한 사고 잇따라
전문가들 한목소리로 “연약지반, 지하수위 등 영향” 지목해
예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되어 있지만… 문제는 ‘돈과 시간’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31일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지하 기둥 일부가 파열되는 사고가 일어나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다. 2021.12.31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지하 기둥 일부가 파열되는 사고가 일어나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무너질 게 무너져 버렸다” 

건설업계와 학계에선 지난해 마지막 날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그랜드프라자에서 발생한 지하 기둥 파열과 인근 도로가 내려앉은 사고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일산 마두동·백석동·장항동 일대에선 비슷비슷한 사고가 매년 일어나는 데도 대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대책 마련 자체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3일 국토교통부 지하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최근까지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는 총 23건이었다. 2019년 이전의 사고 18건은 노후 하수관 손상(17건)과 굴착공사(1건)가 원인으로 나타났으나 2020년 이후 사고 5건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애초 고양시 일산 일부 지역은 모래 토질의 연약지반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땅속에는 여전히 지하수가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지하 13~18m 깊이의 자갈층은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양시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있다. 2019년 말에도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발생한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하자 그 일대에서는 지하 3층까지만 굴착을 허용하도록 허용하기로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땅 꺼짐 사고로 인한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 A씨는 “이번 사고가 벌어진 해당 건물 정밀진단 검사가 나올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면서도 “매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으로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하 3층 이하 터파기 제한 조례의 경우 신축에만 해당한다. 2019년 12월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지하수 흐름을 파악해 미리 취약 지대를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며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기술도 보강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지만, 문제는 시간과 돈”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도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비용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금 등의 비용도 마련하기가 빠듯한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자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땅 꺼짐 사고를 실체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일부 지역의 국민과 그렇지 않은 다수 지역의 국민 간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봉합할 수 있는 건 정부와 지자체밖에 없다. 위험관리에 더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의견이 조금 다른 전문가도 있었다. 한 건축공학 교수 C씨는 “정부와 지자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당국의 여러 노력과 관심에도 땅 꺼짐을 예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제어할 수 없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덧붙여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폭우 양극단의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지하수는 앞으로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하 충적층의 깊이, 지하수위 변동, 강우 등의 조사를 바탕으로 위험을 선제적 관리한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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