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근로감독에 잠자는 ‘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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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근로감독에 잠자는 ‘근로기준법’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8.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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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1500개 업장 감독,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프랜차이즈는 ‘통제영역’ 밖

[매일일보] 국회가 만든 ‘법’에서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가 지켜야 할 최저임금과 각종 휴무·수당 등 근로조건에 대해 잘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지키는 경우보다 안 지키는 경우가 더 많은 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구인구직 중계사이트에 대한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약칭 알바노조)의 최근 실태조사 결과 근로계약서 교부 등 근로기준법이나 허위 구인정보를 금지하는 직업안정법을 제대로 지키는 고용주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일보는 법을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에 대해 후속취재에 나선 결과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별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준수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공무원들이 1명당 1500여 업체를 맡고 있음을 확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2일 “감독하는 실무인력이 전국에 1000여명 정도 있지만 전국 사업체수가 150만개가 넘는다”며, “감독 요원이 감독만 하러 다니는 게 아니어서 근본적으로 관리감독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인력확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관리감독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파급효과라도 나올 수 있는 홍보적 측면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사법처리가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모르면 잘 알려주고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알바연대 회원들이 20일 부산 지하철 3호선에서 알바노조 피켓을 들고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알바연대 제공>

이러한 노동부의 입장에 대해 알바노조 이혜정 집행부장은 “근로감독관 인원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면 더 뽑아야 할 텐데 더 뽑겠다는 계획도 없는 것은 문제”라며, “단속을 하긴 한다지만 구체적 위반 여부에 대해 고민도 없고, 미온적인 태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혜정 집행부장은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권고하고 있다지만 뻔히 안 지켜지고 있는데도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은 문제”라면서 “실제 법을 지키지 않는 업체에 대한 압박과 함께 불법 광고로 돈을 벌고 있는 알바중개사이트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면적인 근로감독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을 지키는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도 학교과정에 포함시켜야 하며,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리점, 가맹점 알바 구조 속에 횡포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바노조의 모태인 알바연대는 올해 초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가맹점에 대한 수탈구조가 일선 가맹점에서 알바직원에 대한 노동착취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추적 폭로했고 이러한 활동성과는 알바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

노동부 관계자들도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수탈구조는 공정거래법의 영역이고, 근로기준법과 고용안정법 같은 노동관계법이 규정하는 사용자-근로자의 관계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알바 사이에는 성립되지 않아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 매장들의 상습적인 노동관계법 위반 문제와 관련해 가맹점주 본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올해도 4월과 7월 두 차례 간담회 자리가 마련돼 가맹점주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부탁하는 자리가 있었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가맹점 계약시 노무관리 부분을 계약서에 포함시켜달라는 권고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분위기였다고 하지만 실제 실천으로 옮겨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노동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일선 가맹점주가 잘못했다고 해서 대표회사(본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만약 법을 개정해서 가맹점주가 잘못했을 경우 본사에도 책임을 묻도록 할 경우 ‘위헌’의 소지도 있어서 법 개정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 알바연대 회원들이 21일 부산 서면의 아르바이트 현장을 방문해 알바들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묻는 간이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알바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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