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기 본격화하나… 전조증상 13년 전과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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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기 본격화하나… 전조증상 13년 전과 판박이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12.29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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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분양시장서 나타나기 시작한 집값 하락 신호
이달 들어 갑자기 미분양, 미계약 속출하고 있는 중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시장과 비슷한 흐름
사진은 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1.12.3 (4)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2008년의 재현일까. 어딘지 모르게 기시감이 든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지방에서부터 찾아온다. 그런데 이달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개 단지 중 6개 단지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수요자의 관심은 자연히 일시적 침체일지 대세 하락 일지에 쏠린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방에서 청약 신청을 진행한 아파트 총 40개(임대 제외) 단지 중 25개 단지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해 완판 행진을 이어갔던 것은 물론이고 집값이 크게 뛰어올랐던 대구에서 대규모 미달이 나왔다는 게 심상치 않다.

대구에서 이달 청약 접수를 진행한 6개 단지 중 ‘더 센트럴 화성파크드림’ 한 곳 외에는 모두 청약 마감을 하지 못했다. 이 밖에 충남 4곳을 비롯해 △전북·경북·경남 각 3곳 △전남·강원 각 2곳 △광주·울산·제주 각 1곳 등의 순으로 미달 단지가 많았다.

청약 미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GS건설이 지난달 15일 송도에서 공급한 ‘송도자이더스타’는 1순위 청약에서 청약통장 2만156개가 몰리면서 1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런데도 최근 전체 1533가구 중 약 35%인 530여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권에서조차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난달과 이달에만 서울과 경기도, 인천 포함한 전국 약 59곳의 모집 공고가 등장했다. 지난 9월 1순위 청약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렸던 서울 강서구에 있는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세제와 대출을 비롯한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과잉 수준인 주택공급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향 안정세로 보이면서 매수세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양새다.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규제와 금리 인상, 주택공급 정책 등이 집권 내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듯 보였으나 국제금융 위기라는 외부 충격과 맞물리며 상승효과를 불러왔던 지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 인상, 끝나지 않은 미‧중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 등 2008년에 버금가는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기우’라고 일축한다. 내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이후 불확실한 부동산 정책이 명확해 지면서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하지만 의견이 다른 전문가가 적지 않다. 업계 한 전문가는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지방을 개발해 많은 이익이 남기 때문에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에 아파트를 대거 공급한다”고 설명헀다.

그는 이어 “외부 투자수요가 유입돼 지역 내 부족한 수요를 메꿔 주는 구조”라며 “이렇다 보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지방에서 곧바로 빨간불이 들어온다. 최근 미분양‧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당장 내년 집값이 폭락한다고 보기 어렵겠으나 대세 하락장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고는 볼 수 있다”며 “2010년 국제금융위기와 주택공급 과잉 심화로 ‘빈집 대란’이 발생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한 공급대책 물량의 입주가 3년 후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도 큰 변수다. 미국 내에선 금리 최대 5%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자 유출을 막아야 하는 우리금융 당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미국보다 금리를 높여야 해서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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