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시간도 없는 보건의료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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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시간도 없는 보건의료노동자들
  • 박지선 기자
  • 승인 2013.08.20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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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평균 46.9시간 노동, ‘주5일제’ 도입 효과 전무 …식사시간 22분·이직 고민 53%

▲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 실태(단위: %)

토요근무제 시행(54.8%), 토요근무제 다시 시행(8.1%), 토요근무제 없음(37.1%)

[매일일보] 보건의료종사자들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9.3시간, 주당 근로시간은 46.9시간으로 조사됐다.

주5일제 도입 전인 2004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7.4시간임을 고려하면 주야간 3교대 체제로 돌아가는 중대형 병원의 경우 주5일제 도입이 아무 효과를 미치지 않은 셈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 88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2만2233명의 병원노동자들을 상대로 ‘201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근무시간을 직종별로 보면 요양간병사의 경우 주간 55.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간호사(48.2시간)와 조리배식(47.4시간) 종사자들이 그 다음이었다.

보건노조는 이러한 장시간 노동에 대해 “인력부족으로 잔업이나 개별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식사시간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병원 노동자의 평균 식사시간은 22.7분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환자이송업무 담당 노동자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15.5분에 한 끼 식사를 때우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약 9.4년에 달해 평균 개인 연차휴가 가능 기간은 17.7일이었지만, 사용 연차는 11.8일로 사용하지 못하는 연차가 5.5일에 달해 연차 사용률은 67.1%에 달했다.

그마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62.4%나 됐는데, 근로기준법상 연차 사용이 허가제가 아닌 사전 통보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연차휴일이 사업장에서 강제지정(11.5%)되거나 반 강제지정(45.4%)되는 비율이 절반을 넘고 있는 것이다.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보니 여가시간 활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여가시간 활용 1순위는 ‘잠자기’(28.6%)가 가장 많으며, ‘집안 일 하기’(26.1%), TV시청(9.6%) 순으로 나타나 가족여행이나 자녀와의 놀이 영화관람, 취미생활, 자기개발 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직장생활 만족도 종합(중간 값 50점, 100점 만점)  1) ‘직장생활만족도 종합’은 직장생활 관련 9개 문항(고용안정+임금수준+노동시간/근무형태+복지후생+인사노무+직장분위기+노동안정+일 자긍심)을 합하여 새로운 변수로 만든 것. 2) 현재의 직장생활이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도움여부”는 60%만이 긍정적으로 답변(보통 31.5%)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복지수준은 병원 노동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 감소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어서 병원노동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평균 45점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직장생활 중 노동시간에 대해 가장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했으며(35.9점), 다음으로 임금수준(36.4점), 인사노무(37.4점), 복지후생(39.2점), 산업안전(45.1점), 노동강도/형태(47.1점)의 순으로 각각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보건노조는 “병원이 의료공공성에 비해 이윤추구가 강화되는 추세로 병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됐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의료 공공서비스 보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병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은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이 악화(61.8점)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노동조건 악화의 배경으로 ▲업무량 증가(71.6점) ▲승급, 승진 동기유발 악화(65.5점) ▲근로조건 및 처우 미흡(60.3점) ▲업무 자율성 미흡(59.1점) ▲동료 및 부서 간 경쟁 강화(52.8점) 등을 꼽았다.

또한 이런 이유로 현재 보건의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이 절반(53%)을 넘고 있으며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주된 이유로 ▲무리한 노동 강도(29.1%) ▲낮은 임금 수준(15.7%)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보건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열악한 노동환경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병원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며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관련 개선책을 2013년 산별중앙교섭의 주요 의제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노조는 이날 발표한 ‘노동시간, 노동조건 실태’ 보도 자료를 시작으로, 21일 ‘인력부족, 비정규직 실태’, 22일 ‘폭언, 폭행, 성희롱 실태’, 23일, ‘모성보호 실태’, 26일 ‘노동안전보건(감정노동, 소진도, 수면장애, 건강권 등) 실태’ 등에 대해 연속 보도 자료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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