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국이냐 시장원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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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국이냐 시장원리냐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1.12.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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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이 점차 노골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2021년도 ‘해외 주둔 재배치 검토(GPR)’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순환 배치 전력인 미 2사단 예하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와 포병대 본부를 한국에 영구 주둔시키고, 괌과 호주 내 군사 인프라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군 전투기를 호주에 순환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국방부 측은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추격해 오는 도전에 주목해야 한다는 오스틴 장관의 강조에 따라 진행한 GPR의 최우선 지역은 인도·태평양이었다. 중국의 잠재적 군사 공격과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역내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을 진전시키기 위해 역내 동맹·파트너들과 추가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2일 열리는 오스틴 장관과 서욱 국방장관 간 한미안보협의와 관련해 “중국이 계속 역내에서 야기하는 도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경제 역시 안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지난달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한국을 찾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우리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산업부 고위 인사를 만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차례로 만나 대선 이후 관계설정을 가늠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그의 방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그는 중국을 겨냥 “첫 해외 출장으로 서울에 오고자 한 목적은 미국이 세계적으로, 그리고 인도·태평양에서 우리의 조약동맹에 부여하는 중요성에 대해 분명하고 틀림없는 신호를 보내기 위함이었다”며 “초점은 간단하다. 교란에도 잘 견딜 수 있는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우리 모두가 핵심 공급망을 한 국가 또는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공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한국은 더 이상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노선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교역 관계,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중국이냐, 미국이냐’는 선택 기준에서 벗어나면 고민이 줄어들 수도 있다. ‘시장이냐, 반시장이냐’라는 기준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견뎌낸 호주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40%에 달했던 호주는 중국으로부터 유례 없는 경제 보복을 당했다. 특히 대중 석탄 수출은 전면 금지 당했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관통하는 시장원리는 호주를 구했다. 호주 석탄 수입 금지 직후 중국은 수입선을 러시아와 인도네시아로 바꿨는데, 이로 인해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입이 줄자 한국, 일본, 인도 등이 호주 석탄 수입을 늘렸다. 호주의 다른 산업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의 보복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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