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의 목숨값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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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의 목숨값은 얼마인가?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11.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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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당신의 목숨값은 얼마인가? 질문이 불쾌하고 불편한가? 당연하다. 우리는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며 어떤 명분으로도 제거될 수 없는 최고 가치라는 것을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그렇기에 생명을 존중하고 약한 존재를 보살피는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1973년 당시 미국 연방정부는 공식적으로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다. 20만 달러. 미국도로교통안전국에서 한 사람의 사망이 사회에 끼치는 비용을 계산한 금액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무시무시한 결과로 이어졌다. 1970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핀토’라는 소형차를 출시했다. 매끈한 디자인과 고성능 엔진,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요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팔려 나갔다.

문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졌다. 안전성 측면에서 심각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후방에 배치된 연료탱크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화재와 폭발이 발생한 것. 3년 뒤 미 정부가 목숨값을 매긴 그해 포드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러시와 사운비라는 두 엔지니어가 작성한 보고서에 의한 것이었다. 그들은 차량 결함으로 예상되는 사망자와 화상 피해자를 각각 180명씩으로 추정했다. 1인당 사망 보상비 20만 달러와 화상 보상비 6만7000달러로 설정해 총비용이 4953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봤다.

반대로 ‘핀토’를 비롯해 비슷하게 설계된 차량 1250만 대를 리콜해 수리할 경우 필요한 비용은 1억3700만 달러였다. 이에 따라 차량을 수리하는 것보다 그냥 놔두고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총 8747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드는 정말로 이 방법을 택했다. 자연히 ‘핀토’가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27명. 이 결함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숫자다.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고 다분히 의도적인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게 한 악덕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는 게 더 충격적이다. 

포드에 버금가는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에서도 차량 결함으로 사람이 죽어도 돈으로 물어주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이라는 게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과거였기 때문에 발생한 참극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또한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통용되는 얘기다. 불과 13일 전 일어난 살인미수 사건의 발단은 층간소음 탓이었다. 매년 2~3명이 층간소음 갈등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런 광기를 멈출 수 있는 해결책이 있는데도 역시 돈이 걸림돌이다.

벽이 건물을 지탱하는 벽식구조에서 보와 기둥으로 이뤄진 라멘 구조로 시공방식만 바꾸면 되지만 공사비가 약 20~30% 더 많이 들고 천장고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가구 수가 감소, 이윤이 적어지다 보니 건설사들은 벽식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같은 지자체 공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죽음에 눈을 돌린 채 끝도 없이 울려 퍼지는 돈 타령을 이제 멈춰야 한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던 정부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되묻는다. 당신의 목숨값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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