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0%대’ 기준금리 시대, 집값에 미칠 영향은
상태바
막내린 ‘0%대’ 기준금리 시대, 집값에 미칠 영향은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11.25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시장 위축 전망되지만… 집값 하락은 글쎄
전문가 “상승 요소 상존해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전세가 품귀를 빚으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9주 연속 상승하는 등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2020.8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0%대’ 기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1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안정세에 진행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빨라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도 3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조정했다.

이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와 폭증한 가계부채, 자산가격 거품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균형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2% 오르며 9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월보다 8.9%가 오르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통화량 증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현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기관의 다양한 가계대출 억제 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지난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36조7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3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선 데다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겨 가리키기 시작함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사실상 예정되어있는 형국이다. 

채무 상환 부담은 지속해서 가중될 것으로 보이고 대출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가 작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매수심리 위축, 거래량 감소, 가격 상승 둔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는 0.17%, 전세는 0.14% 상승해 전주보다 상승 폭이 각각 0.03%포인트, 0.01%포인트 축소됐다.

세종(-0.12%→-0.21%)과 대구(-0.02%→-0.02%) 등에선 전주에 이어 집값 내림세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013%→0.11%)과 수도권(0.21%→0.18%), 지방(0.18%→0.16%) 모두 전체적으로 상승 폭이 낮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셋째 주 기준 전주(100.9)보다 1.3포인트 낮은 99.6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매도세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도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이날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 건수는 지난 8월 5만6274건, 9월 4만3143건, 10월 4만857건, 11월 1만4139건 등으로 크게 줄었다.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과열됐던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넘어서 집값이 하락으로 전환될지 눈길이 쏠리는 상황. 전문가들은 조금 더 지켜봐야 집값 향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은 분명 집값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뛸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당장 하락하기보다 현재와 같이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하는 양상이 한동안 유지되면서 보합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하락해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가속으로 상쇄될 수 있어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금리 인상의 영향도 있으나 집값 급등 피로감과 대출규제 등의 복합적인 결과로 봐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상승 요소가 아직 살아 있는 만큼 집값 하락을 공언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