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A 시장, '빈약한 새우' 걸러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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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A 시장, '빈약한 새우' 걸러져야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3.08.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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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하반기 M&A(기업인수합병) 시장은 대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자리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물로 나온 중견건설사를 집어삼키려는 이들의 물밑 인수전이 한창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 밑천도 없는 기업이 자기보다 최소 서너 배 이상 큰 기업을 먹었으니(먹으려하니) 당연히 배탈이 날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선 흔히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고 표현한다.

근래 국내 M&A 현황을 보면, 고래를 삼킨 새우는 어김없이 ‘승자의 저주’에 걸려 결국 비극적인 말로를 맞았다.

대우건설을 삼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랬으며, 다잡은 현대건설을 최종 인수 직전에서 놓친 현대그룹, 이들 외에도 유진그룹, STX그룹, 웅진그룹 등 M&A를 통해 급성장한 기업들이 하나같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때문에 하반기 대어로 넘쳐나는 M&A 시장에서 피인수 기업이나 인수기업 그리고 채권단은 서로가 불행해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꼼꼼히 실익을 따져 볼 필요가 있겠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설산업이 13일 노웨이트 컨소시엄과 맺은 본계약을 해지 통보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 황동진 건설·탐사보도 팀장.
당초 시장에서는 노웨이트 컨소시엄의 인수 자금 확보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역시나 노웨이트는 지난달 31일 200억원의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했다.

최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당시 채권단에 냈던 보증금 2755억원 가운데 약 2066억원을 돌려받게 됐지만, 2년 넘게 치르진 기나긴 소송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과 돌려받지 못하는 나머지 700억여원을 고려한다면 마냥 웃지는 못한다.

따라서 M&A 시장에서 더 이상 빈약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새우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안정망도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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