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전성시대… “소수노조 활동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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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전성시대… “소수노조 활동 보장해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11.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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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양대 노총서 기업별 노조로 속속 출범
현행 노동조합법 체계 교섭 창구 단일화 추구
노조와 사측 물론, 노조 간 갈등 유발하고 있어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복수노조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강경투쟁과 기성 노동조합의 노동운동에 염증을 느낀 MZ세대(198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자) 노동자들은 상위단체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도하는 소수노조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지 10년(2011년 7월 시행)이 넘었지만, 소수노조는 여전히 설 자리가 없다. 당시 함께 시행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따라 소수노동조합은 사실상 단체교섭권이 제한되는 탓이다.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일차적으로 과반수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고 소수노조와의 교섭 여부는 회사가 정하게 하고 있어 소수노조는 교섭권 없는 식물노조로 전락, 미조직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노조 설립이라는 애초 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실제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사측에서 ‘친 회사 노조’를 만들어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거나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기 위해 과반수노조를 확인하는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켜 노조의 단체교섭을 가로막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현장에서 여러 폐단이 발생함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소수노조에 동등한 수준의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측과 교섭대표노조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대표의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측과 노조는 물론이고 노노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이는 건설업계 특성상 건설노조원들에게 더욱 큰 문제다. 단체교섭이 지연되다 보면 공사가 만료돼 조합원들이 단체협약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건설사와 노조의 교섭단위가 되는 ‘하나의 사업장’은 해당 건설사가 시공하는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이 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는 임의로 일부 현장에 교섭요구 사실공고,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 등을 생략하는 등 단체교섭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건설업계 한 노조 관계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노동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와 달리 고용형태 다변화하고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현재의 세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수노조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10년이 넘도록 똑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정부가 이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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