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 뒷북 조사… 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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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 뒷북 조사… 실효성은 ‘글쎄’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11.1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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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양도세 중과 회피하기 위해 투기 수요 몰려
1년 넘게 문제 지적됐는데 이제야 조사한다는 정부
업계 한 관계자 “투자금 적어 불법 사례 극히 적을 듯”
“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 규제 위한 포석으로 읽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 거래자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제야 단속에 나서면서 ‘뒷북조사’라는 비판과 함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내년 1월까지 전국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를 거래한 법인과 외지인을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한다. 조사대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법인과 외지인이 각각 거래한 2만1000건과 8만 건이다.

국토부는 법인과 외지인의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조사 결과 업·다운 계약이나 편법증여,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면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처벌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번 기획조사는 다주택자‧법인의 주택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저가 아파트 편법거래를 적발하고 법인 등의 저가 아파트 집중 매집으로 인해 과열된 비조정대상지역이나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 시키기 위함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다주택자 등의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높이고 양도세율을 20∼30%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저가 아파트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투기세력이 몰려들었다.

실제 국토부가 민주당 소속 장경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7·10 대책 발표 이후 올해 8월까지(계약일 기준) 저가 아파트 거래는 모두 26만555건이었다. 직전 14개월간인 2019년 5월~2020년 6월 매매 건수(16만8130건)와 비교해 55%(9만2425건)나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3만31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2만9052건) 경북(2만6393건) 충남(2만4373건) 충북(1만9860건) 등의 순이었다. 이런 추세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살펴보면 이달 1~14일 등록된 전국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5189건이다. 이 중 매매 가격 3억원 이하는 4025건(약 77.57%)에 달한다. 올해 50∼60%대 수준을 유지하던 저가 아파트 매수 비율이 이달 들어 유독 많이 증가한 셈이다. 

경남이 535건으로 저가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고 뒤이어 충남(506건), 강원(458건), 경북 (445건), 전북(360건), 전남(311건), 충북(310건), 경기(274건), 부산(218건), 광주(187건), 울산 (111건) 등의 지역에서 거래량이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번 기획조사의 실효성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와 법인이 단순히 저가 아파트를 많이 사들였다는 이유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거래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이뤄져야 했는데 워낙 투자금이 크지 않은 만큼 그럴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몇몇 개인과 법인이 적발된다고 해도 여유 자금을 활용해 단기매매차익을 보는 대다수 투기성 거래는 정부가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며 “투기를 막으려고 했으면 진작에 대책을 마련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기획조사는 저가 아파트 규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국토부에서 기획조사와 별도로 최근 저가 아파트 매수가 집중되는 지역과 물건의 특징, 거래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상 거래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투기와 실수요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규제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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