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웃음을 되찾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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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웃음을 되찾는 사회
  •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
  • 승인 2021.11.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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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

[매일일보] 동화 <어린 왕자>의 저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텍쥐페리는 프랑스의 공군 조종사였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안타깝게도 비행 도중 행방불명되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일간지 특파원으로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소’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미소’에서 주인공인 ‘나’는 전투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 감방에 갇히고 다음 날 자신이 처형되리라는 걸 직감한다. 공포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머니를 뒤져 담배 한 개비를 발견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고 그에게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겠소?” 간수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기 위해 몇 걸음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사이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미소가 두 사람의 가슴 속에,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으로 점화되었고, 드디어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한 번의 미소가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로(一怒一老)’ 즉,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한 번 늙는다’는 말처럼 웃음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분 좋게 웃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액 순환이 개선되어 심장병과 동맥경화 등을 예방한다. 특히 웃으면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으로 ‘자연살해세포’라 불리는 NK세포가 활성화되어 암세포를 파괴하고 면역기능이 강화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자주 웃을까? 예전에 국내 기업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하루 평균 웃는 시간은 ‘90초’에 불과하다. 일생을 80년이라고 가정하면 평생 웃는 시간은 약 30일, 반면에 걱정하는 시간은 10년이나 된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경직된 문화, 불안한 정치·경제 상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점차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장기화는 평범한 일상뿐만 아니라 남아있던 웃음까지 앗아갔다. 각종 사회경제 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 긴장감과 피로감이 누적되었다. 심지어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코로나 레드’ 현상까지 확산되었다. 소비 위축, 일자리 감소 등 경기침체가 심화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구직자 등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행히 최근 백신 접종률 70%를 초과하면서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상과 방역의 균형 속에 극도로 위축되었던 민간 소비와 관광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지역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에게 소중한 일상으로의 회복이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의 피해 회복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 잃어버린 웃음도 함께 되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낙관주의자는 어떤 어려움 속에도 기회를 보고, 비관주의자는 어떤 기회 속에서도 어려움을 본다”라고 말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것처럼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절대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웃음은 내일의 희망이며, 행복이다. 실패할수록, 위기일수록 더욱 환하게 웃어야 한다. 일상회복과 더불어 새로운 희망으로 다 함께 웃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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