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안 보여주기식 불과… ‘교차 보전 방식’ 해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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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혁신안 보여주기식 불과… ‘교차 보전 방식’ 해체 해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10.2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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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떠밀러 조직 분리해선 안 돼”
“조직분리 투기 못 막고 비효율 초래”
“택지 개발사업 공공에서 주도해야”
신도시 투기 사태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직 개편안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태가 발생한 지 8개월여가 지났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부동산 부패사슬을 끊겠다며 LH에서 주거복지 기능을 떼어내 모(母)회사로, 토지·주택 개발 분야는 자(子)회사로 분리하는 수직분리 개편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조직개편안은 LH의 공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는 애초 거론됐던 ‘해체 수준의 개편안’ 대신 공공주택 공급사업 효율화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LH 투기 사태의 원인을 과도한 기능·정보 집중 등 LH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한다고 판단, LH의 독점적·비핵심 기능 24개를 폐지·이관 또는 축소하고 1064명의 인원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정밀 조직진단을 거쳐 지방조직 중심으로 약 1000명 수준의 정원을 추가 감축하겠다고도 밝혔다. 자연 퇴직이나 이직 등을 통해 인원을 줄여갈 예정이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부적인 조직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수직 분리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한 2차례 공청회를 거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다 최근 대장동 개발 특혜 사태로 공공개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애초 전제부터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적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보여주기식 대증요법으로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단순히 LH 구성원들을 단죄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분리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공공 기능을 맡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자회사는 자연히 수익성 높은 사업만 추진할 수밖에 없다. 원활한 주거복지 사업은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이는 국민 부담과 손실로 돌아온다. LH 조직개편안은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도 거들었다. 한 교수는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병해 LH가 출범한 이유는 비용 중복 해소와 높은 상승효과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당장 눈에 뛰는 조직개편은 여론을 잠재울 수 있겠으나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손보지 않고 조직을 개편하는 식으로는 또 다른 투기를 방치하는 꼴이다. LH가 공공성 역할을 잘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LH 투기 사태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모두 토지 강제수용으로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불거진 만큼 이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부동산 관련 부정부패는 개발 이익 때문에 발생한다. LH를 해체할 것이 아니라 막대한 개발 이익을 민간에서 독차지하는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며 “택지 개발에 대한 이익을 정부가 환수하고 이를 주거복지나 국토 균형발전에 투입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도 “공공기관으로서의 LH의 역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비롯한 핵심사업을 민간에 일임한 탓에 내부정보 유출과 투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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