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탄소중립 정책의 제로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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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탄소중립 정책의 제로섬게임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10.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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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탄소중립 정책방향이 제로섬게임처럼 치닫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너무 급격하게 올렸다고 경제계에선 아우성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겐 그리 큰 관심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름값의 세금을 올린다고 치자. 그러면 사회적 관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하지만 NDC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접촉면이 부족하다. 그래서 NDC 상향을 반대하는 기업들의 외침은 찻잔 속의 태풍 마냥 방관되고 있다.

실제로는 NDC 상향안이 국민생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전문가들은 NDC 이행과정의 비용증가가 전기요금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본다. NDC 상향안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회사들은 더 많은 비용투자가 필요하고 그 재무부담은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린 것이 한전의 부채 때문인지, 원료가가 오른 일시적 현상인지, 논란도 있었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같다. 그것은 따로 볼 수 없는 하나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 아닌데 정부는 하나라고만 고집하고 있다.

어쨌든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지만 NDC 상향안에는 그런 내용이 딱히 다뤄지지 않아 무관심을 유도하게 됐다. 그러니 NDC는 기업들만의 문제처럼 됐다. 기업들 중에서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등의 분야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희생으로 전체가 환경적으로 회생되는구조로 묘사된다. 그러니 제로섬게임이다.

더 세밀하게 따지면 희생자는 철강 분야로 좁혀지고 그 중에서도 포스코, 현대제철만으로 더욱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철강업종은 제철 공정이 일관제철사와 전기로 업체로 나뉘는데 동국제강 등 전기로업체는 상대적으로 탄소부담이 크지 않다. 그에 비해 일관제철소는 국내 철강업종 내 90% 이상의 탄소 배출 비중을 차지한다. 그 때문에 결국 제로섬게임의 약자는 이들이 되는 셈이다.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관심도 덜하고 NDC 상향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덜 낸다.

이런 현상은 잘못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가 산업은 물론 수출의 큰 축이다. 철강이 뭔가. 대다수 산업분야에 쓰이는 재료다. 이들이 탄소부담으로 재무부하에 시달리고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재료값 상승 또는 철강업의 경쟁력 축소, 산업 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이 파생될 수 있다. NDC 상향이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하면 이는 또한 철강 등 원재료값 상승을 일으킬 것이며 인플레이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전인류적 과제인 환경정책을 미룰 수도 없다. 탄소중립을 위해 실천과제를 끌어올려야 하면 힘들어도 해야 한다. 하지만 NDC 상향안은 그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 그 자체에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목표는 장대한데 계획이 세밀하지 못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누군가를 채찍질하게 될 것이다. 그게 앞서 말했던 제로섬게임의 희생자다.

최근 기름값의 세금을 낮추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NDC는 올려놓고 비록 그 비중은 적더라도 도로교통상의 환경 문제를 가중시키는 요인을 보탠다는 게 모순적이다. NDC의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작게 다룬 것처럼 정책이 여론 눈치를 살피고 정치적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철강은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탄소저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런 기술개발의 부담은 당사자 기업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국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기술 개발 투자 비용에는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로섬게임을 플러스섬 게임으로 바꾸기 위한 묘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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