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대출 너마저” 시중銀 속속 취급 중단
상태바
“적격대출 너마저” 시중銀 속속 취급 중단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10.20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하나·KB국민은행 취급 한시적 중단
당국, 적격대출 공급 규모 매년 축소
일부 시중은행들이 정책금융 상품인 적격대출 취급을 한시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시중은행들이 정책금융 상품인 적격대출 취급을 한시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시중은행들이 정책금융상품 중 하나인 적격대출 취급을 줄여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적격대출 공급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하나·KB국민 등 시중은행들은 적격대출 취급을 한시 중단한 상태다. 보증 주체인 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대출 한도 소진을 이유로 영업점에서 적격대출 판매를 막은 것이다.

적격대출은 정부가 은행들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 시중은행이 주금공에서 대출 한도를 받아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3개월 후 주금공에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운영, 주금공은 대출채권으로 유동화증권(M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무주택자 또는 처분조건을 둔 1주택자로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다른 정책상품에 비해 금리 수준은 높지만 소득 제한이 따로 없는 등 대출 조건이 덜 까다로워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 7월부터는 청년층과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들은 40년 만기로 가입할 수 있게 된데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정책금융상품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은행별 소진 속도는 더 빨라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차주 연령대별 정책모기지 공급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적격대출은 4조561억원이 공급돼 지난해 전체 공급실적인 4조2874억원에 거의 육박했다. 이 가운데 1조9756억원(48.7%)가 30대에게 공급됐고, 40대가 1조1702억원(28.9%)을 받아갔다. 이어 50대 4606억원(11.4%), 20대 2454억원(6.1%), 60대 2043억원(5%) 순이다.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보증 주체인 주금공에 적격대출 한도를 새로 신청하지 않는 은행들도 있다. 적격대출을 포함하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대출상품 취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정책금융상품이지만 가계대출 총량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 한도에 다다른 상황인 만큼 적격대출 판매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금공이 올해 말까지 설정해놓은 적격대출 한도는 8조원 규모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지만 은행들이 적격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한도가 소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9월 말 기준 적격대출 공급 규모는 4조1000억원으로 전체 한도 중 절반만 공급됐다.

내년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적격대출 공급 규모를 2018년부터 매년 1조원씩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12조원이었던 적격대출 공급 규모는 올해 8조원으로 낮아졌고 내년에는 7조원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격대출을 포함한 정책모기지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금공은 현재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등 3가지 상품에 대해 최대 1.2%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금공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총 2000억원을 넘겨 5대 시중은행 평균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