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조삼모사식 전기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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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삼모사식 전기요금 인상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9.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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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전기료가 8년만에 인상됐다. 1분기에 내렸었기 때문에 요금은 작년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내리기는 쉽고 올리기는 어려운 공공요금이다. 요금인상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분기마다 조정하는 연료비연동제가 올해부터 시행됐다. 앞으로 분기마다 요금이 조정될 것을 국민은 실감하게 됐다. 더더욱 8년동안 억제됐던 요금이 분기마다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국민들은 수긍하기가 힘들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그럼에도 실제 요금인상이 이뤄지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국민들이 항상 사용하는 전기제품과 관련된 요금이고 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생계비용이기 때문이다.

애초 공공요금이 원칙대로만 조정됐다면 지금같은 가격저항도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국민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정서를 고려해 억제해놓고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요금인상을 단행한 의도가 미심쩍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쓰고 있는 와중이다. 자영업자단체는 최근 서울 국회의사당역 앞에 합동 분향소를 차리기도 했다.

결국 한전의 적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 적자부담의 원인을 분석하며 탈원전 논란에까지 이르렀다. 요금인상 요인으로 탈원전이 지목되자 정부는 적극 해명했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 때문으로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향후 60여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중인 사안으로, 원전 설비용량은 2019년 신고리 4호기 준공 이후 2020년부터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이용률도 예방정비일수 및 정비용량에 따라 다소 증감이 있으나 최근 수년간 7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동문서답 식이다. 한전의 탈원전 정책부담은 지금 현재 원전 사용률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 신재생 설비 투자를 추진하면서 그 부채부담이 커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요금 인상까지 이른 과정도 어쩐지 조삼모사식이다. 4분기는 원가가 오른 비용을 반영해 원칙대로 요금을 인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 3분기의 경우 원가가 올랐음에도 동결했다. 코로나19 상황과 물가인상 등 국민적 부담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 때는 고려했고 지금은 고려하지 않은 이유가 설명돼야 마땅하다.

정부는 1분기에 요금을 내렸다가 4분기에 올렸다. 결국 가격은 원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통해 8년간 묶였던 요금을 올릴 수 있었다. 4분기 원칙을 강조한 정부는 앞으로 원가가 오를 때 원칙대로 요금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이다. 전력산업을 공기업에게 맡긴 데는 원리원칙을 지키기보다 국민 살림을 살펴서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 그런 한전은 현재 절반은 민영화됐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다음부터 정부는 공공성 지분을 외부주주에게 양도했다. 시장지분을 갖게 된 순간부터 공기업의 목적은 희석된다. 연료비연동제가 도입될 때부터 요금인상은 이미 예정됐다. 아니 한전이 상장한 때부터다.

당초 국민은 민영화를 반대했었고 정부는 그런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면 명명백백하게 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은근슬쩍 조금씩 바꾸는 데 따른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한때 유가변동으로 정유4사 중 3사가 적자를 보고 현대오일뱅크만 흑자를 봤었다. 똑같이 가격 변동이 일어나도 흑자를 볼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은 적자를 본 데 대해 경영진이 책임을 진다. 반대로 공기업은 반민영화됐으나 그에 따른 책임도 늘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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