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국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20~30대 청년층의 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약 487조원 규모로 전체(1806조원)의 27%를 차지했다. 청년층의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2.8%로 다른 연령층(7.8%)을 크게 웃돌았다.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 기여율은 2018~2019년 30.4%에서 초저금리 국면이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41.5%로 확대됐다.
지난해 주가 상승세에 따라 청년층이 신용대출을 늘려 주식투자에 나선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도 전체 가계대출을 밀어올렸다. 실제 미래·KB·NH·한국투자·키움·유안타 6개 증권사에서 지난해 개설된 신규 계좌(723만개) 중 20~30대 비중은 54%에 달했다.
청년층의 주택담보·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중 청년층 비중은 36.6%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저금리에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청년층이 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증가했으며 취약차주 비중도 6.8%로 다른 연령층(6.1%)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2분기 청년층 중 저소득 차주 비중은 24.1%로 다른 연령층(14.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가계 재무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172.4%로 1년 전보다 10.0%포인트(p) 상승했다. 2분기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9%에 불과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은 10.3%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한국은행은 “향후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 조정이 이뤄질 경우 청년층의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 규모가 가계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 분석 결과, 부채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대출자 비중은 저소득층(14.3%)과 청년층(9.0%)이 유독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