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리먼과 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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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리먼과 헝다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1.09.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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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13년 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008년 9월 15일 미국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소식이었다. 당일 일제히 폭락한 세계 증시는 10여 년에 걸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시작이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9.11 사태로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미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에 은행들은 저신용·저소득자에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했고, 이로 인해 늘어난 부동산 수요는 부동산 시세 급등을 불렀다. 그러자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한몫 잡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고, 은행들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주택담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경기과열을 우려한 당국이 금리인상에 나섰을 때는 이미 파생상품이라는 폭탄이 곳곳에 뿌려진 상태였다. 금리인상 단행 후 2년 만에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은 19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계 자산이 증발했다.

중국은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을 맹추격해 G2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중국에서 ‘중국판 리먼 사태’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 헝다의 파산 위기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또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그래선지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더욱 연상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헝다 사태가 리먼 사태처럼 흘러갈 것 같지는 않다. 헝다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960억 달러(약 351조 원)로 중국 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이 개입하면 ‘질서 있는 파산’이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중국 당국은 중국 금융시장이 큰 혼란 없이 헝다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부 결론을 내 놓은 상태”(스탠더드앤드푸어스)라는 말도 들린다.

다만 헝다 사태를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건설 붐 등에 의지해 고속성장을 이어왔고, 그 결과 수십 년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서민의 부담을 키워왔다. 헝다 사태 자체가 더 이상 부동산 과열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서 비롯됐다.

사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할 처지는 아니다. 리먼과 헝다에 못지않은 난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 ‘공급은 충분하다’는 문재인정부의 오랜 오판과 고집에 집값은 임기 내내 폭등, 대출규제 카드조차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아직 연말이 멀었는데도 연간 목표치인 가계대출 증가율 6% 사수가 위태로워졌다.

그 결과, 금융권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추가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래도 집값이 잡힐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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