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깨진 독과 학자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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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깨진 독과 학자금 지원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3.08.0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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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학생 대출 현황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빚을 내고 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255만원, 금리는 24.5%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융권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학자금 대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시민단체로부터 ‘무이자’ 요구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3%대의 저금리로 대출되는 금융권의 학자금 지원은 학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과 ‘대출’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함께 학자금 대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전학년 학점 평점이 백분위 환산 70점(C학점) 이상인 학생으로 대출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든든학자금대출과 거의 유사한 기준으로, 대출 사각지대 해소 기능은 거의 없다.

사회연대은행 관계자는 “C학점 이하의 학생은 장래에 우리에게 빌린 돈을 상환할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 사전에 대출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이지만, 엄연한 대출인 만큼 상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닮은꼴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교육부와 함께 한국장학재단법을 개정, 학자금 대출 채무 조정을 본격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신용회복위원회도 최근 '청년·학생 고금리 전환대출' 대상 채무를 신청일 기준 6개월 이전에 받은 연 20% 이상 고금리 채무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금융권과 정부의 지원이 서로를 참고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 문제의 근본 원인인 높은 등록금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그 결과로 나온 학생들의 채무 해결에 몰두하는 것은 ‘깨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다.

목마른 대학생들을 위해 실시되는 각종 지원들이 일시적인 갈증 해소 뿐 아니라 갈증을 유발하는 척박한 환경을 개선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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