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반 바퀴 돌아 국적을 바꿔야 만날 수 있었던 이산가족의 이야기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이 책 <小說 베를린 아리랑>은 저자가 독일에서 수학하고 근무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보고 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 과정 그리고 분단된 조국을 떠나 이민의 삶을 택해야 했던 교민들의 인생 역정을 소설화해 쓴 글이다.
강 하나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가족을 독일을 통해 독일인이 돼서 만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과정에서 북한에 약점을 잡혀 친북 활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군부 독재에 항거하다 스스로 친북 성향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머나먼 길을 떠나와서 신분까지 바꾸어 가족을 만나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이데올로기, 사상, 체제. 이 모든 것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위한 것인가, 권력과 정권 유지를 위한 선동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소설의 종반부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 과정을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이 내용은 끊임없이 대화와 교류를 이어 오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서독의 여야 정치 지도자들의 판단과 협상력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낸 지도력은 부럽고 본받아야 할 일이다.
분단의 고통과 이산의 아픔이 아직도 진행 중인 이 땅에도 언젠가는 갑작스럽게 이런 날이 올 것에 대비하자는 마음가짐을 함께하고자 함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눈부신 성장에 가려져 있던 1980년대의 이방인들의 삶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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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기자 kjh@m-i.kr김종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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