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중심의 행복한 성동' 무색케 하는 성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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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중심의 행복한 성동' 무색케 하는 성동구청
  • 진용준 기자
  • 승인 2013.08.0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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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부 진용준 기자
[매일일보 진용준 기자] 무더위가 계속되는데 불구 성동구청앞에서 오랜 기간동안 농성하는 주민들이 있다. 50대 이상부터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어떤 사정인가 들어보니, 조합원들이 직접 땅을 출자해 개발하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했다가 사업차질로 집과 땅을 잃고 구청장을 만나 자신들의 어려움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구청장이 시공사인 두산중공업과 조합간 가교역할을 해 보상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뚝섬유원지를 끼고 한강변에 자리한 성수동1가 주민들로 90년대 후반 작은 공장과 인근 뚝섬재래시장으로 시골인심이 묻어나는 소박한 동네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주민들이다.

성수동1가지역은 90년 후반 당시 저렴한 임대료로 독거노인, 수급가정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서울숲 조성, 분당선 개통계획 등으로 해당지역에 개발바람이 일며 한강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투기꾼들이 넘치게 된다.

이에 주민들은 공공관리자제도를 적용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토지매입이 늦어지면 금융부담이 늘게 되며 사업차질을 빚게 될 위험이 있는 반면, 일반 분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라는 큰 장점이 있다.

문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시행하려면 토지소유권을 95% 확보해야 하지만 시행사는 수년간 93% 가량만 토지소유권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금융부담은 늘어나 결국 은행의 디폴트 선언(채무불이행)으로 부도를 맞게 된다.

이어 우여곡절 끝에 사업주체가 조합측이 됐으나 토지소유권 미확보 등의 이유로 조합도 부도를 맞게 된다.

결국 두산중공업측은 조합을 배제하고 (주)한양개발을 시행사로 내세우며 해당구역을 전량 일반분양하게 된다.

기존 주민들이 새집을 지어 한강변을 바라보며 살려는 꿈이 사라지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는 수년이 흐른 뒤 구청앞에서 정든 성수동 터를 잃은채 마이크를 잡고 있다. 

농성을 하는 주민들은 구청이 해결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며 구청장을 한번이라도 만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성동구청의 슬로건인 '사람중심의 행복한 성동'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이에 대해 일부 성동구청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사업추진을 해놓고 왜 구청앞에서 시끄럽게 계속 농성중이나"며 "시끄러워서 일을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이크를 들고 농성하는 주민들의 머리위로 성동구청 벽면에 크게 게시된 나태주 시인의 '풀꽃'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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