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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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9.0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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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지금,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잠잠하다 싶으면 수면으로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 페미니즘.

페미니즘을 말하다 보면 온라인상 갑론을박의 장이 펼쳐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남녀 간 마구잡이로 던져대는 막말은 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피로나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생겼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에는 성별을 가르는 뉘앙스 하나 찾을 수 없는데, 어쩌다가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이런 때일수록 페미니즘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공부가 필요하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쯤 와 있는지, 또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생각해야 한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 역사 속 각 시대별 흐름을 '물결'로 적고 있다. 페미니즘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커다란 조류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물결' 대신 '세대'로 바꾸어 불러도 큰 문제는 없다.

서구의 페미니즘은 크게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를 제1의 물결,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제2의 물결 그리고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제3의 물결로 단계를 구분한다.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역사다.

반면 한국 페미니즘 역사는 반세기가 조금 넘는다. 완전히 합의된 결론에 다다른 건 아니지만 대략 1970년대부터 2000년대를 제1의 물결,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를 제2의 물결로 본다.

한국은 해방과 함께 여성의 참정권을 얻었기 때문에 참정권 투쟁을 하던 서구 제1의 물결 단계가 생략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한국 페미니즘이 어떻게 서구의 제2, 3 물결을 수용하고 변용했는지 이 책을 통해 비교도 가능하다.

한국 페미니즘 제1의 물결이 지식인을 중심으로 위에서 시작된 운동이라면 제2의 물결은 대중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페미니즘을 대중적으로 재도약하게 만들었다는 성과가 있지만 반대로 여러 집단에서의 성 평등 인식, 젠더 평등 지수는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남성은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는 범죄적 시선에 분노했고 여성은 교육받은 이론과는 달리 개선되지 않은 현실의 불평등에 분노했다. 차별은 차별을 부르고 혐오는 혐오를 부른다.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 이슈에 피로 혹은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보편적 평등을 지향한다. 따라서 본원적 의미의 페미니즘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의 젠더 갈등을 해결할 힌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남녀 이분법이 아닌 인간이라는 보편성 말이다.

남성과 여성의 권리와 의무를 분리하고 각각 다른 권리와 의무를 지는 '이원적 평등'보다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전제에서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보편적 평등'을 생각할 때다.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영화를 통해 쉽게 이해하는 페미니즘 역사

여성의 위치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제 막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은 입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매개체로 영화를 사용했다. 페미니즘의 큰 흐름을 물결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물결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영화 속에 한 걸음 들어가 살펴보는 것이다.

잘 알려진 작품들이라 쉽게 접근 가능하며, 서사에 녹아든 시대별 여성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 물결의 특성을 대표할 만한 영미 영화 네 편, 한국 영화 네 편을 분석하는 구성을 취했기에, 서구와 한국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페미니즘을 정의하고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를 상기하여 오해와 편견을 풀어낸다.
2장에서는 영미 페미니즘이 시작된 배경과 시대별 물결의 특징을 설명한다. 각 물결 단계에 맞는 영미 영화 네 편을 골라 역사와 접목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3장에서는 한국 페미니즘이 시작된 배경과 시대별 물결의 특징을 설명한다. 2장과 마찬가지로 각 물결 단계에 맞는 한국 영화 네 편을 골라 역사와 접목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영미의 페미니즘이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수용되었는지도 살핀다.

4장에서는 앞 장에서 알아본 페미니즘 물결을 통해 한국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페미니즘이 지향했던 근본적 가치를 되새기며 젠더 갈등을 완화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무리한다.

페미니즘 역사를 공부한 이후의 우리는, 궁극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쳐 흘러왔고 이 순간에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향해 굽이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 역사를 살펴보는 책. 이제 막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입문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쳐 흘러왔고 이 순간에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향해 굽이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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