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용대출 ‘연봉이내’·마통 ‘5천만원’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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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용대출 ‘연봉이내’·마통 ‘5천만원’ 묶는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8.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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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연소득 이상 신용대출 사라져… 마통도 제한
저축은행도 ‘규제 지침 준수’… 서민금융상품은 유지
주요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마이너스통장은 개인당 최대 5000만원 이내에서 받을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마이너스통장은 개인당 최대 5000만원 이내에서 받을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주요 은행에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거나 5000만원이 넘는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개설하기 어려워진다. 사실상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은 연말까지 억대 자금을 끌어 쓸 수 없게 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과 외국계 씨티·SC제일은행,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은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상품 대부분의 최대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고, 이어 전체 시중은행들에게 개인 신용대출 상품별 최대한도와 향후 대출 한도 조정 계획을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특히 금감원은 대출 한도 조정 계획에 ‘개인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한도가 급여의 몇 배 수준인지’, ‘한도를 앞으로 어떻게 줄일 건지’, ‘줄이지 못한다면 사유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도록 했다. 은행권은 이를 ‘구두 지도’로 받아들이고 일제히 수용한 것이다.

‘연봉 이내 신용대출’ 실행 시점은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음달 중순 이전에는 대부분의 은행이 규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 중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아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2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 수준으로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27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카카오뱅크,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나머지 은행 대부분은 다음달 중 이 같은 조치 실행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계획서에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고 한도 5000만원 제한’ 내용을 포함했다. 이 규제도 다음 달 중 실행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27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개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줄였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초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췄다. 이로써 5대 은행에서 5000만원 이상의 마이너스통장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금감원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협조 요청을 받은 저축은행업계도 이미 지난 25일 ‘지침 준수’ 방침을 밝혔다. 이에 다음달부터 은행권과 저축은행권에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소득과 무관하게 거래실적에 따라 실행되는 신용대출 등은 예외적으로 취급될 전망이다.

이 같은 당국의 지침은 지난해부터 급증한 가계대출 총량 조절 차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41조2000억원 증가,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한편, 내주 취임을 앞두고 있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총량규제를 하다 보니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저희도 우려하고 있다”며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정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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