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출 조이기만 하면 해결되나
상태바
[기자수첩] 대출 조이기만 하면 해결되나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8.25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한국은행 ‘2021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1040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7000억원이 늘었다. 7월 집계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주택담보대출이 6조1000억원 늘었고 적금담보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도 3조6000억 불어났다. 기업대출도 전월 말 대비 11조원3000억원 증가한 1033조5000억원으로 역시 7월 기준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사실상 가계·기업 할 것 없이 전 국가적인 ‘빚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출 증가세를 우려한 당국은 지속적으로 은행권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꾸준히 우대금리 축소 등의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고 고액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등 문턱을 높여왔다. 그럼에도 대출 총량이 잡히지 않자 최근 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우리은행 주력 전세대출 상품을 제한했고 SC제일은행 역시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안 그래도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대출길이 아예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당장 신용대출 가수요는 폭발했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 건수는 7557건으로 한 주 전(10~13일)보다 33.25% 늘었으며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소식 직후인 20일 하루에만 2318건이 신규로 개설됐다.

당국은 농협은행의 경우 대출 총량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뿐이라며 다른 금융사들의 대출은 ‘적정 공급’이 유지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 은행 뿐 아니라 보험·증권사 등 2금융권까지 대출 축소 또는 중단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내부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설명이지만 금융사들이 실적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제히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는 것은 1차적으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따르기 위함이다. 가계대출 폭증이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되는 것은 일반론이니 납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출이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가계 불안,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등을 위한 이른바 ‘빚투’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이 내수경기를 살리지 못하고 자산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을 잡기 위한 면이 있다.

이처럼 빚까지 끌어 쓰면서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치솟은 집값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벼락거지’를 면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단순히 ‘금리가 낮으니 폭리를 취하겠다’는 투기 심리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결국 근본적으로 유동성이 제대로 돌지 못하는 경제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축 영향도 크겠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증세 정책으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보유세를 면하기 위해 자산의 대부분이 묶인 부동산을 처분하려 해도 무거운 거래세와 자금출처 조사 등이 시장 가격조정 기능을 막는다.

감염병 사태로 극대화 됐을 뿐 이미 우리 경제는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시장 불안 요소를 키우고 있던 것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기조에 변화 없이 초조한 국민들의 돈줄만 조인다고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