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환대출 플랫폼’ 은행권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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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환대출 플랫폼’ 은행권案 거부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8.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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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대출만으론 실효성 없어… 신용대출 전체 대상”
은행권, 기존 대출정보 제공 거부… ‘반쪽짜리’ 우려도
금융위원회가 23일 은행권과의 간담회에서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서비스 범위를 중금리대출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23일 은행권과의 간담회에서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서비스 범위를 중금리대출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서비스를 두고 은행권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대상을 중금리대출로 제한해달라는 은행권의 제안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1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이 추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중금리 대출로 서비스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은행들이 이미 낮을 대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고신용·고소득 대출자에 대한 금리를 더 낮추는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자칫 고신용·고소득자들의 가계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다.

이에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만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나 고객이 작아서 실효성이 없으므로 전체적으로 시행하는 게 맞다”며 “은행권이 제기한 고객 뺏기 등 과당경쟁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보완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규모는 약 2500억원 수준이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은 시중에 나와 있는 플랫폼 기업의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금융결제원의 대환대출 인프라와 연동한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한 번에 금리를 비교해 간편하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으로 애초에 오는 10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고,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 금리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며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대환대출 공공 플랫폼을 만드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플랫폼에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등 관련 협의, 제휴 금융사 간 계약 체결,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준비 과정을 마치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나 본격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의 서비스 범위도 신용대출로 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등 모든 대출을 금융 앱에서 한눈에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도록 하자는 당국의 당초 취지는 다소 퇴색되게 됐다.

또한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에 소비자의 기존 대출금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법적 근거 없이 ‘신용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은 전자금융업자와 금융회사만 자기 신용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동의한 소비자에 한해 금리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는 각 금융사 금리를 비교해 대출 상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금융사들은 상호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된다. 이를 두고 은행과 빅테크 간 정보 우위를 둔 기싸움 때문에 대환대출 플랫폼이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 간담회에서 금융위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결국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고자 하는 것이므로 고객을 위한 모양새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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