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헬로비전의 ‘혁신’과 LG유플러스의 ‘말뿐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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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헬로비전의 ‘혁신’과 LG유플러스의 ‘말뿐인 혁신’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8.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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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산업부 기자
정두용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기업의 생존은 변화에 근간한다. 시장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 변화 없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변화는 혁신으로 귀결되곤 한다. 사내 문화 개편, 상품과 서비스 변화 등의 전략에 기업들은 ‘혁신’을 수식어로 붙여 설명해왔다. 그러나 혁신의 남발은 되레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곤 한다.

최근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사업 행태를 보며 이 차이를 명확하게 느낀다. LG헬로비전은 뚜렷한 변화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LG헬로비전의 변화에 긍정적인 응답을 보내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아직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도 전에 ‘디지털 혁신 기업’이란 타이틀을 들고나왔다.

LG헬로비전은 2019년 12월 24일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CJ에서 LG로 둥지를 옮기며 다양한 변화를 추진, 실적을 지속해서 개선해냈다. 올 2분기엔 영업이익 104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 상승한 수치다.

LG헬로비전의 실적개선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나타났다. 주력 사업인 케이블TV·알뜰폰 모두 시장에서 ‘낡은 서비스’ 취급을 받는 만큼 대대적 변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했다. 실시간 채널 화질을 풀HD로 업그레이드했다. ‘로컬 필수채널’ 전략을 본격화하며 강호동·김수로·이수근·송은이·장윤정 등 국내 최정상급 스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정체됐던 가입자는 증가세로 들어섰다.

알뜰폰에서도 ‘편의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고려, 온라인 직영샵 운영을 강화했다. 다이렉트몰 신규 가입고객 중 30·40세대 비중은 전체의 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도 안 돼 이뤄진 혁신이다. LG헬로비전은 이같은 성과를 비교적 조용히 이뤄냈다. 특별한 홍보자료를 내지도 않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식의 설명도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변화는 소비자의 응답으로 이어지며 실적이란 성과로 나타났다.

반면 모기업 LG유플러스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도 전에 ‘혁신’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지난 6월30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통해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 달이 지났다. 당시 강조했던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에서의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단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에 ‘디지털’이란 수식어만 붙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LG유플러스의 디지털 혁신 기업 전환은 경쟁사(SK텔레콤·KT) 대비 반년 넘게 늦게 나온 체질 개선 전략이다. 그러나 경쟁사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통신 전략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SK텔레콤은 빅테크 전환을 선언한 이후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고, T맵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KT 역시 디지코 전환 선언 이후 엔터프라이즈를 출범하고 B2B 사업에 공격적으로 도전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 그룹 내 미디어 사업도 재편,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기업’ 선언 후 뚜렷한 변화가 없는 LG유플러스와 사뭇 대조된다. LG유플러스는 자체적으로 경쟁사와의 비교가 어렵다면, 자회사의 사례를 통해서라도 혁신의 의미를 다시금 짚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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