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5G’ 피해 찾은 알뜰폰도 이통3사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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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5G’ 피해 찾은 알뜰폰도 이통3사 천하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8.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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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 ‘눈앞’…이통3사 자회사 45% 차지
5G 가입자 증가 주춤…2년 약정 끝나고 알뜰폰 이동 현상 많아
그 나물에 그 밥…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 ‘도입 취지’ 훼손
알뜰폰 시장이 5G 가입자 이탈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알뜰폰 시장이 5G 가입자 이탈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알뜰폰(MVNO)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자급제와 알뜰폰 조합이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1981~2010년생)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품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5G 서비스에 가입한 이들이 약정 종료 후 알뜰폰으로 전환하면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알뜰폰 시장에서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자회사의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972만4790명을 기록했다. 현재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1년 사이 238만5626명이 알뜰폰을 새롭게 선택했다. 이에 따라 전체 통신 가입자 중 알뜰폰 비중도 13.6%를 기록했다.

반면 이통3사 가입자는 지속해서 줄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규모는 5만9005명에 달한다. 이는 전달보다 약 6.7%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이통3사는 그만큼의 가입자를 잃었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2만5632명, KT는 1만9587명, LG유플러스는 1만3785명의 가입자를 알뜰폰 사업자에 내줬다.

알뜰폰은 번호이동시장에서 14개월 순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MZ세대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으며 ‘효도폰’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요금제를 강화한 결과로 평가된다. 여기에 이통3사 5G 가입자들이 ‘2년 약정’이 끝나고 난 뒤 알뜰폰으로 전향하는 추세도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5G가 국내에 상용화 된지 2년4개월이 지났다. 5G 신규 가입자는 올해 1월 102만명을 달성한 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4월 가입자 수가 67만명으로 집계된 이후 지난 6월(62만명)까지 60만명 대로 정체를 겪고 있다. 이는 상용화 이후 줄곧 지적된 ‘불통 5G’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5G 서비스를 피해 알뜰폰으로 이동하고 했지만, 이통3사의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이통3사 자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를 각각 자회사로 두고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가입자는 3월 말 기준 약 277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알뜰폰 가입자 중 45.7%에 해당한다. 2019년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이 37%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19개에 달한다. 이 중 5개의 이통3사 자회사가 시장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면서 ‘알뜰폰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알뜰폰 사업은 이통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이통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사업 취지에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3사 자회사에 ‘자본력’과 ‘인지도’가 밀린 영세업자들은 시장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짜폰에 6만~16만원 상당의 현금·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 법망을 피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 SK텔링크가 고가 사은품 증정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가 1만원대의 무제한 요금제 등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업자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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