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1년, 주거 안정성보다 갈등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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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1년, 주거 안정성보다 갈등만 커졌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1.08.01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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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분쟁 건수, 법 시행 후 10배 이상 증가
전세 이중가격 본격화…한 단지서 6억원 차이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임대차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주거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데다, 전세 이중가격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직면했기 때문이다.

1일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된지 1년이 지난 날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임차인이 2년간 거주한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임대료의 상승폭을 연 5%까지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1년이라는 시간에도 새 임대차법은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 건수는 새 임대차법 시행 전 월평균 2건(2020년 1~7월)에서 법 시행 후 22건(2020년 8월~2021년 6월)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새 임대차법으로 야기된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실입주를 할 예정이라는 집주인의 말에 서둘러 새 집을 알아봐야 했다”며 “급하게 구하다 보니 웃돈까지 줘서 겨우겨우 이사 갈 집을 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두 달 뒤면 전세금을 돌려받아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돌연 집주인이 전세금 마련이 어렵다며 전세금을 올려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며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올 거라는 집주인의 말에 억울함을 참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임대인이 겪은 사례도 존재한다. 이 누리꾼은 “미국에서 살던 아들이 코로나19로 귀국할 예정이라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했다”며 “하지만 세입자 측에서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논리로 버티기를 하고 있어 어쩔 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급등한 전셋값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서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에서 지난달 6억3483만원으로 27.2%(1억3561만원) 상승했다. 직전 1년간 7.7%(3568만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며 상승세가 가파르다.

반면 전세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31일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4만4953건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31일(7만7503건)보다 42.0%(3만2550건) 감소했다.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는 “2019년 전셋집을 구할 때만 하더라도 3억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두 배가 조금 안 되는 6억5000만원”이라며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나아가 전세 이중가격도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례로 2018년 말 입주가 이뤄진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는 전용면적 84㎡형이 지난 6월 12억5000만원(12층)과 6억8775만원(9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6억8775만원에 계약된 건은 5%룰을 사용한 사례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도 마찬가지다.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7월 11억원(3층)에 전세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에서는 전세금 규모가 5억7750만원(10층)으로 약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이 상당했다”며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사이에 보증금 액수 차이가 상당히 벌어져 이중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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