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에 휩싸인 건설현장…공사 중지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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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염에 휩싸인 건설현장…공사 중지는 ‘무리’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1.07.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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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무더위 시간대 건설현장 작업 중지해야
위험단계별 작업관리 기준 준수…일괄 중단은 어려워
26일 오후 2시경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의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전기룡 기자
26일 오후 2시경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의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서자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 땀이 흐른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오지만 땀을 식혀주기보다 불쾌감만 앞설 뿐이다. 연일 역대급 무더위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던 순간이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건설현장은 분주하기만 하다. 정해진 공기(공사기한)가 있다 보니 작업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무더위 시간대 작업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일선 현장에서는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6일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는 소란스럽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청량리역 일대는 도시정비사업이 한창인 곳이다. 상당수의 건설현장이 존재하다 보니 불볕더위에도 곳곳에서 타공소리가 들여왔다.

이와 함께 무더위와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의 사람들도 눈에 띈다. 바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이다. 두터운 옷과 팔토시, 무거운 안전화를 신은 현장 근로자들의 등에는 선명한 땀 자국이 새겨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모(40대)씨는 “건설현장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무더위에는 익숙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먼지를 없애고 열기를 식히기 위해 계속해서 물을 뿌리고 있지만 에어컨 바람만 하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정모(50대)씨도 “햇빛이 뜨거운 시간대에 그나마 그늘이 있는 실내 마감작업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며 “그늘이 있을 뿐이지 바람이 통하지 않는 구역도 있어 실외와 비슷한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의 공사현장에서는 무더위 속에서도 작업을 알리는 타공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사진=전기룡 기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의 공사현장에서는 무더위 속에서도 작업을 알리는 타공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사진=전기룡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다음달 말까지 전국 건설현장 6민여곳 등에서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 작업 중지를 이행하고 있지는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6일 참모회의에서 폭염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낮 시간대 옥외 건설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폭염 시간대에는 공사를 일시 중지하거나 작업 시간을 신축적으로 관리하는 등 조치를 강구해 보라”고 당부했다.

건설현장에서도 정부의 노력을 인식한 탓인지 폭염 위험단계별로 작업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작업중지 등 현장 안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시간대에 일괄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해진 공기가 있다 보니 모든 현장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작업을 중단하기는 힘들다”며 “무더위 시간대에 그늘이 존재하는 실내 근무를 장려하고 아이스조끼나 얼음물 등을 충분히 공급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로 현재 유관부서간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각 사업장에서 여름철 작업관리 기준을 준수할 뿐더러 온열질환 예방과 응급처치 안전교육을 강화하는데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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