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몸값 18조’ 카카오뱅크, 고평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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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몸값 18조’ 카카오뱅크, 고평가일까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7.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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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선두주자 카카오뱅크의 일반 공모주 청약 첫날 경쟁률 37.8대 1을 기록, 12조521억7819만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중복청약이 금지된 상황에서 막판 수요가 몰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3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역대 최고 수준인 2500조원이 넘는 수요예측 참여 금액이 쏟아지며 경쟁률은 1733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약 18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기준 2위 금융사인 신한금융(약 19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기존 은행과의 자산 규모 등 차이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있다.

증권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를 제시한 시점부터 카카오뱅크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이어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동종업계인 은행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의 PBR이 은행업계의 PBR을 훨씬 웃도는 3.43배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청약 첫날부터 이례적으로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가 나왔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현재 시가총액은 기대감을 웃돌며 선반영됐다”며 “높은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지만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평가, 6개월 목표주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SK증권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주당 6만4000원까지 본 것과 비교된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는 ‘은행’이라는 금융업 관점에서 보느냐, 새로운 금융 ‘플랫폼’ 경쟁력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통 은행업 관점에서는 아직 기업금융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새내기 주자에 불과할 수 있지만, 디지털 중심의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금융 모바일 앱 MAU(월간 실사용자 수) 1위의 지배적인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 앱 이용자 수는 1615만명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IT 산업에서 플랫폼 경쟁력은 사실상 승자독식이나 다름없는 구조적 특성을 탄다. 카카오뱅크의 모기업인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라는 독점적 메신저 플랫폼으로 현재 위치까지 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카카오의 생활 플랫폼 경쟁력과 결합한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은행법 규제를 받는 엄연한 은행인 만큼 카카오뱅크가 가야할 길도 멀다.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소매금융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기업금융을 다루지 못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인 중금리대출 강화 등 금융기관으로써의 역할도 충실해야 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존 은행과 시작부터 다르다”며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등 혁신적 도전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새바람을 일으킨 주체인 만큼 앞으로도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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