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보다 2배 비싼 매입임대…“진짜 공공주택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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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보다 2배 비싼 매입임대…“진짜 공공주택 마련해야”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1.07.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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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19년간 매입임대에 4조801억원 투입
4채 중 1채 공실…노후·불량주택 방치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SH의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SH의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매입임대주택의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입임대주택이 공공택지 아파트의 건설원가와 비교해 두 배가량 많은 자금이 요구되는 데다, 공실률도 24%에 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이 SH로부터 제출받은 ‘SH 매입임대 현황자료(2002~2020년)’를 분석한 결과, SH가 지난 19년동안 주택 2만가구(1730채)를 4조801억원에 사들였다고 26일 밝혔다. 한 채당 가격은 23억원, 가구당 가격은 1억9000만원이다.

단체는 SH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택지 아파트보다 매입임대를 공급하는데 집중한 점을 질타했다. SH가 개발한 내곡·수서·위례 등 공공택지 아파트의 건설원가는 3.3㎡당 평균 930만원선이다. 지금도 SH가 공공택지로 개발하면 3.3㎡당 1000만원 이하에 공급이 가능하다.

반면 매입임대주택의 취득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문재인 정부 이후 취득가는 공급면적 기준 평균 3.3㎡당 1640만원선이다.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와 비교하면 1.8배 비싸다. 제일 비싸게 매입한 강동구 암사동 다가구(3.3㎡당 2690만원)와는 2.9배 차이가 난다.

비싼 가격에 취득한 매입임대주택이지만 4채 중 1채가 공실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앞서 SH는 유치권 행사 중인 건물을 100억원대에 사들여 2년간 빈집으로 방치해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24%에 달하는 과도한 공실률과 노후·불량주택 방치 등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경실련은 수요나 기존 매입 실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구에 매입임대 공급이 편중돼 공실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매입임대 공급이 많은 상위 5개구(강동·금천·성북·구로·도봉)에 총 9095가구가 공급됐는데, 이는 전체의 43%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잔뜩 올려놓고 허술한 심의위원회와 엉터리 감정평가 방식으로 비싼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공급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실련은 집값 거품이 수그러질 때까지 매입임대주택의 공급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의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허술했던 만큼 매입임대주택 전체의 부패여부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산 낭비에 불과한 물량 늘리기식 매입임대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용산정비창, 강남 서울의료원 등 국공유지들을 공공이 직접 개발해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진짜 공공주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입주택은 집값 거품이 빠졌을 때 미분양이나 경매로 나온 주택 등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공급하면 된다”며 “서울시와 SH는 고장난 공급정책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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