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공모가 거품 논란… 금감원 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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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공모가 거품 논란… 금감원 칼 뺐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7.1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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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SD바이오센서 이어 카카오페이도 제동
“과도한 시장 개입” vs “투자자 보호 위해 필요”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 SD바이오센서에 이어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 SD바이오센서에 이어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하반기 대형 기업공개(IPO) 종목들이 줄줄이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제동이 걸렸다.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추고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카카오페이에 대해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지했다. 기재 누락, 불분명한 표현 등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정정 요청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공모가 산정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으로 글로벌 결제플랫폼 업체 페이팔과 트위터 계열사 스퀘어, 중남미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파그세그로 디지털 등을 들었다. 이에 근거해 희망 공모가 범위는 6만3000~9만6000원으로 책정했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하나금융지주와 맞먹는 12조5152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페이의 정량적 가치 평가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이팔 등과 비교한 공모가 산정을 두고 고평가 지적도 나온다. 이에 오는 8월 초로 잡았던 기존 카카오페이 상장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공모가 수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실상 공모가 인하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대형 코스피 상장 종목들은 모두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공모가를 낮췄다. 지난 16일 상장한 SD바이오센서는 두 차례에 걸친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공모가 희망 밴드를 기존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약 30% 낮춰 잡았으며, 현재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중인 크래프톤 역시 45만8000~55만7000원에서 10%가량 낮춘 40만~49만8000원으로 조정했다.

이 과정에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 그룹도 달라졌다. SD바이오센서의 경우 국내 중소형 진단키트 종목들인 진매트릭스, 랩지노믹스 등을 추가했고, 크래프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았던 월트 디즈니, 워너뮤직 등 글로벌 기업들을 제외했다.

이는 시장이 결정해야 할 기업가치 산정에 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가 비합리적인 수준이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걸러지기 마련인데 금감원이 자의적으로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다. 또한 제값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대 이상 비상장기업)들을 국내 증시로 유치하기 어렵게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현재 공모주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공모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SD바이오센서의 경우 코스피 상장 첫날 종가가 6만1000원으로 최초 공모가 희망 범위인 6만6000∼8만5000원을 밑돌면서 ‘공모가 거품’ 주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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