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험이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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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험이 끝나고 난 뒤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7.2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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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올해 9급 공무원(서기보) 공채 시험이 지난 27일 20만4698명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졌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모집인원이 558명 늘었지만 응시인원이 훨씬 늘어나면서 경쟁률은 작년(72.1대 1)보다 더 높은 74.8대 1을 기록했다고 한다.

한 두 문제로 당락이 좌우되어 버리는 위험천만한 시험을 20만명 넘게 응시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러한 시험에 모든 인생을 걸고 끓는 욕구를 누르며 청춘을 보냈고 또 합격일까지 마음 졸이고 있을 많은 수험생들이 눈에 그려져 가슴 한 켠이 서늘하다.

여성가족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13~24세)이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28.3%를 차지한 ‘국가기관’이고 대기업(22.9%), 공기업(13.1%)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13~19세는 국가기관-대기업-전문직 순이었고 20~24세는 국가기관-대기업-공기업 순이었다.

이 조사에서 ‘국가기관’을 희망직장으로 꼽은 청소년 중에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계기를 가진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대다수는 불안사회에서 그나마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불가능한 꿈을 꾸어도 될 나이에 안정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가 먹고살기 팍팍해지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 같다는 점이다.

더욱이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업을 마치기 전까지 ‘시험’ 때문에 숨통이 조여듬에 괴로워하면서 빨리 시험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던 아이들이 그 ‘시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공무원시험에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번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한 친구는 시험이 끝나고 난 후 기자에게 “이것 말고 다른 진로를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해온 게 아까워 (떨어져도) 더 해볼 거야”라고 소감을 전했다.

합격자 발표날, ‘내가 부족해서, 못나서 떨어졌다’고 자책하는 청년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그런 생각 대신 ‘떨어지면 어때. 이 길만 있는 건 아니잖아. 내가 원하는 일을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어’라고 실패에 의연한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그런 여유로움을 가진 청년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끝으로 시험을 본 모든 응시생들에게 결과야 어찌됐든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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