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다시 한 번 공정의 의미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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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인의 백수탈출] 다시 한 번 공정의 의미를 생각하자
  • 매일일보
  • 승인 2021.07.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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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공정’이란 말만큼 이 시대를 뜨겁게 관통하는 단어가 있을까.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정과 능력주의라는 화두는 1980년대 출생한 M세대와 90년대 태어난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의 트레이드마크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문제이다. 특히 기성세대를 향한 청년들의 공정성 담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아주 중요해졌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으로 불거진 청년들의 비판여론도 그 중 하나다. 일반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석·박사를 취득하더라도 취업의 문을 넘기 어렵고, 몇 년을 공부해서 행정고시를 패스하더라도 평생 2급이 될까 말까 한 경우가 허다한데, 20대 대학생의 일약 1급 비서관 발탁이 이런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정당한 자격을 갖춘 것이라는 현재 청년들의 인식이 녹아있다. 지금의 청년들은 시험이 아닌 다른 관문을 통과하면 새치기로 간주하고, 줄 뒤에 있어야 할 이가 자신과 동등한 보상을 받는 것은 불공정이며 자신의 자격을 훼손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기회의 문이 턱없이 좁아진 상황에서 청년들의 이 같은 인식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일지 모른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빈틈이 존재한다. 얼핏 보면 능력주의가 공정한 것 같지만 실제론 불공정을 심화하고 사회를 양극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능력주의는 모든 시민이 유사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할 때 완성된다. 노동계급의 자녀와 자본가 계급의 자녀가 똑같은 시험을 치르더라도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들이 받는 교육 여건은 천지 차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는 다시 말해 결과의 공정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이나 과정의 공정함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의미이다. 결과의 공정함을 담보할 수 있는 별도의 조정체계가 마련되어야 지나친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

기득권층이 인맥과 학맥을 이용해 철옹성을 구축한 것에 비하면 시험으로 자격을 입증하는 게 더 공정하다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과 차별이 옹호되거나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25세 청년이 언제든 1급 비서관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수능에 실패해도 대학에 진학할 경로가 있어야 하고, 지방대나 고졸 출신도 존중받으며 일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진정한 공정이란 그런 세상을 배제하지 않는 공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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