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콘텐츠 강화 ‘이중성’…국내 업체엔 ‘갑질’ 해외 OTT엔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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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콘텐츠 강화 ‘이중성’…국내 업체엔 ‘갑질’ 해외 OTT엔 ‘읍소’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7.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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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넷플릭스 이어 디즈니플러스에도 ‘파격적 조건’ 제시
IPTV 지위 이용해 국내PP 압박…선공급 후계약 대표적
“해외 OTT엔 파격적인 수익 배분…국내 콘텐츠 평가엔 인색”
LG유플러스 모델이 LG유플러스 IPTV 내 넷플릭스 서비스 제공을 알리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모델이 LG유플러스 IPTV 내 넷플릭스 서비스 제공을 알리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강화 전략이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의 콘텐츠 제휴 조건에 심각한 차별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자사 인터넷(IP)TV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디지털 혁신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콘텐츠 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는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대항마’로 평가되는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성사시키기 위해 90% 수준의 수익 배분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보다 조건이 좋다고 해명했지만, 넷플릭스와 비슷한 조건을 디즈니에 제시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LG유플러스는 앞서 넷플릭스에 플랫폼 수익 85~90%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제시, 제휴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다른 국내 사업자로부터 통상 50~60%의 수익을 배분받는 것과 비교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당시에도 한국방송협회 등이 ‘국내 미디어 산업 붕괴를 초래하는 악의적 제휴’라고 비판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제휴 후에도 리모컨에 ‘전용 버튼’을 신설하는 등 넷플릭스의 편의를 봐주는 행태를 보였다.

국내 콘텐츠업계에선 이를 두고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한다. 콘텐츠 업계관계자는 “해외 OTT에는 파격적인 수익 배분을 해 주면서 국내 콘텐츠 평가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적 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해외 OTT에 국내 미디어 산업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 행태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 자료에 따르면 IPTV는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21.5%로 모든 매체 중 가장 높았으나, 유료방송 중 유일하게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LG유플러스가 그간 IPTV 플랫폼의 영향력을 빌미로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CP)들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해 왔던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해외 OTT 제휴를 위해선 자사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지만, 국내 사업자들엔 정당한 사용료 지급도 꺼리는 행태를 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 제작사들에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도 ‘불합리하면 빠져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LG유플러스는 IPTV를 통해 송출되는 방송 채널을 분배할 수 있다. 좋은 번호의 채널은 PP의 수익과 직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483만6258명(13.98%)이다. 자회사인 LG헬로비전(386만5772명·11.18%)까지 합치면 영향력은 더 높아진다. 국내 CP는 지배적 위치를 구축한 LG유플러스와 원활한 협상을 벌이기 힘든 위치에 놓여있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IPTV 플랫폼 영향력을 이용해 ‘선공급 후계약’ 등 불합리한 관행을 관철해왔다. 선공급 후계약은 국내에만 통용되는 관행으로, IPTV에 끌려다닌 PP의 위치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PP는 LG유플러스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가격을 연말이 돼서야 협상하고 있다. 이미 상품을 모두 공급한 상태라 PP의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유플러스에 대한 불만은 최근 CJ ENM과의 협상 결렬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CJ ENM은 LG유플러스와 콘텐츠 제공에 관한 계약을 확정하지 못하고 약 6개월간 실시간 채널을 제공해왔다. CJ ENM은 연초부터 LG유플러스 OTT서비스인 ‘U+모바일tv’에 제공되는 실시간 채널 송출에 관한 비용을 별로로 분리해 계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LG유플러스가 이를 받아드리지 않았다.

CJ ENM은 “적정한 수준의 대가를 협의하기 위해 LG유플러스 OTT 서비스의 당사 채널 제공 가입자 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LG유플러스가 글로벌 OTT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을 때 국내 방송사들은 엄두도 못 낼 파격적인 혜택을 제안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서의 LG유플러스 입장에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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