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3등’ LGU+의 경쟁사 따라하기…혁신 없는 脫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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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3등’ LGU+의 경쟁사 따라하기…혁신 없는 脫통신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7.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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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경쟁사 대비 반년 늦게 ‘체질 개선’ 선언
SKT ‘빅테크’·KT ‘디지코’와 차별점 없어…‘숟가락 얻기’ 비판
실질적 B2B 확대 의지에도 ‘의구심’…신규사업추진부문 폐지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변신할 것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변신할 것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LG유플러스를 ‘고객의 일상에 즐거운 변화를 주도하는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만들겠다.”

5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선언하고 ‘체질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비(非)통신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전체의 30%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선언을 통해 뒤늦게 탈(脫)통신 대열에 합류했다. 경쟁사 대비 반년 넘게 늦은 체질 개선 전략이지만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만년 3등’ LG유플러스가 이번에도 경쟁사의 전략을 고민 없이 그대로 차용했다는 견해다.

앞서 SK텔레콤은 ‘빅테크’ 전략을 공식화 했고,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으로의 전환을 통해 일찍이 탈통신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10월 ‘엔터프라이즈’를 출범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기업 간 거래 디지털전환(B2B DX)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1 센터장도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New ICT) 기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무선통신(MNO) 점유율에서 늘 ‘꼴찌’를 기록해왔다. 이 때문에 5G 상용화 후에도 비교적 고객 확보 전략에만 집중해왔다. ‘찐팬 확보’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과 KT가 5G를 기반으로 B2B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때도 고객향(B2C) 서비스인 ‘미디어’를 제외하곤 사업 영역 확대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국내 MNO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담보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SK텔레콤과 KT가 일찍이 탈통신을 선언한 이유다. 업계에선 SK텔레콤과 KT의 탈통신 전략의 성과가 실적·주가 상승 등으로 나타나자 LG유플러스도 ‘숟가락 얻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LG유플러스가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강조한 6대 핵심역량은 이미 SK텔레콤과 KT가 탈통신을 선언하며 짚은 분야다.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보안·B2B 솔루션·콘텐츠 등 6대 주요 분야에서 핵심역량을 확보, 기업 성장을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이 중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이른바 ABC 분야는 KT가 ‘디지코’ 선언을 통해 강조한 B2B 역량이다.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강화 역시 KT가 올해 초 ‘스튜디오지니’를 출범하며 그룹 내 관련 기업을 수직 계열화한 전략과 닮아 있다.

보안 분야는 SK텔레콤이 일찍이 빅테크 기업 도약의 일환으로 강조한 시장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해당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SK인포섹과 LSH을 합병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체질 개선에 대한 실질적 의지가 있는지에도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말 ‘2021년 조직개편’에 따라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으나 6개월 넘게 수장을 공석으로 두다 결국 최근 폐지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이 빅테크 전환을 위해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인 점과 KT가 디지코 전환에 따라 엔터프라이즈를 출범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디지털 혁신기업’ 전환에 따른 B2B 영역도 문제로 꼽힌다. B2B 사업으로 강조한 분야는 스마트팩토리·스마트모빌리티·클라우드·AI고객센터에 그친다. 경쟁사 모두 강조하고 있는 분야인 데다, LG유플러스가 이미 진출한 시장이다. LG유플러스가 “B2B 시장이 사업적으로는 B2C 대비 성장 기회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이 때문에 실질적 확대 의지가 없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B2B 시장의 발굴이 아님에도 ‘디지털’이란 네이밍 마케팅을 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LG유플러스는 늘 경쟁사 대비 어젠다 창출·신규 사업 발굴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이번에도 경쟁사가 탈통신 성과를 올리자 눈치를 보고 따라온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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