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노조, 사상 첫 삭발식…“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절차 요구’
상태바
대우건설 노조, 사상 첫 삭발식…“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절차 요구’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1.07.02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및 기자회견 개최
KDB인베스트먼트, ‘안전혁신(안)’ 예산계획 축소
“임직원 사지로 내모는 경영간섭 즉각 중단해야”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이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자리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기룡 기자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이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자리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졸속매각’.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노조)가 개최한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자리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온 단어이다.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가 유례없는 재입찰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번 출정식은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책은행의 잘못된 행태를 알리고자 점심시간인 오전 11시반에 맞춰 이뤄졌다. 

출정식은 심상철 노조위원장의 삭발식으로 시작됐다. 대우건설 노조 역사상 노조위원장이 삭발에 나선 경우는 전무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넘어갔을 때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을 때보다, KDB산업은행 체제 아래에 편입됐을 때보다 이번 졸속매각 사태로 위기감이 고조됐음을 알 수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를 향해 비상식적인 입찰을 멈춰달라고 일갈했다. 지난달 1일 ‘산업은행M&A실’과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을 대우건설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25일만에 본입찰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물밑 작업을 의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재입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심 위원장은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상식 밖의 결정”이라며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 K팝·K방역에 이어 K매각으로 대한민국 M&A역사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도 이번 재입찰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입찰 당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각각 2조3000억원, 1조8000억원을 써냈다. 시장 예상가가 2조1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흥건설이 4000억원을 더 부른 셈이다.  

중흥건설이 가격을 높이 쓴 까닭은 호반건설도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끝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고, 중흥건설은 예상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할 처지에 직면했다. 이에 중흥건설이 과도한 가격을 이유로 인수 포기 의사를 전하자, 유례없는 재입찰을 실시하게 됐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1위와 2위의 과도한 가격 차이를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입찰방해이자 특종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국가자산을 매각하는 정책금융기관이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대우건설의 임직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삭발식 이후 심상철 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전기룡 기자
삭발식 이후 심상철 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전기룡 기자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업재해를 유발시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관리감독자 없이 위험작업이 속행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올해에만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과, 4억원이 넘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는 인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전혁신위원회를 수립하고, 중장기적인 ‘안전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원하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앞둔 상황을 핑계로 ‘안전혁신(안)’의 예산계획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심 위원장은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산업재해예방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매각을 통한 본인의 인센티브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이 대표는 금번 졸속매각의 위법한 행위와 대우건설 경영실패를 인정하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임직원을 사지로 내모는 경영간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KDB산업은행도 밀실매각, 특혜매각, 짬짜미 매각을 즉시 중단하고 새로운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절차를 다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