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NO’해야 스토킹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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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NO’해야 스토킹 처벌”
  • 허영주 기자
  • 승인 2013.07.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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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범죄처벌법 ‘적용범위’ 혼란에 해설서 제작

[매일일보] 어두운 골목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가 계속 쫓아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스토킹 등의 처벌을 포함한 개정 경범죄처벌법이 지난 3월 시행됐지만, 일선 경찰과 시민들은 일부 조항에 대한 법 적용을 놓고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의 단속 어려움을 줄이고 법 적용 기준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정 경범죄처벌법 해설서’를 제작·배포했다.

앞에서 예시한 어두운 골목을 쫓아오는 남자에 대한 사례의 ‘정답’은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행위의 반복성이 없는 경우 스토킹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 ‘불안감 조성’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설서는 경범죄처벌법의 의의와 성격, 특징, 형법 등 다른 법과의 관계, 조문별 해설과 법 적용 사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 등으로 구성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25일 “해설서 제작은 법 적용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을 제시하려는 취지”라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개별 상황 하나하나를 모두 해설서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일선 경찰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토킹, 명시적 거부 의사 밝혀야”

스토킹은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 교제 등을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으로 정신·육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다.

헤어진 애인에게 지속적으로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하거나 ‘첫눈에 반했다’며 여러 차례 집 앞에서 기다리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이런 행위를 처벌하려면 일단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전화나 구두, 서면 등으로 거절 의사를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 대꾸하지 않는 등 묵시적 거부는 효력이 없다.

특히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여러 차례 유발한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해 더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다. 다만 제3자를 통해 근황을 묻거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로 사생활을 확인하는 행위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피해자가 심하게 겁을 먹을 정도로 행위의 강도가 세더라도 상대방의 신원이 명확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다. 이 경우 신변보호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어두운 골목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피해자를 계속 쫓아오더라도 ‘명시적 반대 의사’와 ‘행위의 반복성’이 없으면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다만 상황에 따라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경찰은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15대 국회부터 발의된 스토킹 관련 특별법이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스토킹이라도 처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과다 노출’ 기준, 성적 수치심 또는 불쾌감 경찰은 ‘과다노출’ 조항의 경우 드러난 부위가 어디인지, 신체 노출 결과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지난 2010년 9월 인천 부평구의 한 음식점 개업식에 행사도우미 여성들이 현란한 춤 솜씨로 행인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당시 ‘나체쇼’를 방불케 하는 과다 노출에 대해 인근지역 학부모들의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뉴시스>

논란의 중심…‘과다노출’과 ‘구걸행위’

법 개정 당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조항은 ‘과다노출’과 ‘구걸행위’에 대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과다노출’ 조항의 경우 드러난 부위가 어디인지, 신체 노출 결과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통념상’이라는 다소 모호한 전제가 있기는 하나 일단 공공장소에서 ‘가려야 할’ 부위는 성기와 엉덩이, 여성의 가슴 등이다. 배꼽티나 미니스커트 착용 등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같은 노출이라도 맥락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일례로 여성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려고 가슴을 드러내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밖에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던 ‘구걸행위’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은 공공장소에서 구걸하면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때에만 적용된다.

길을 막아서거나 옷을 붙잡으며 구걸하는 행위 등이 해당되며,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 등의 역사 내 계단 한쪽에서 바구니를 놓은 채 구걸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법 개정 이전에는 구걸행위를 시키는 사람만 처벌했으나 구걸하는 사람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 것은 지나치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행운의 편지’ 계속 보내도 처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문자메시지·편지·이메일 등을 계속 보내 상대방을 괴롭히면 경범죄처벌법상 ‘장난전화 등’ 조항에 저촉된다. 이른바 ‘행운의 편지’를 보내거나, 상대방의 거절에도 ‘사귀자’는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행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119나 112로 전화를 걸어 그냥 끊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허위신고를 하면 벌금액이 더 높은 ‘거짓신고’ 조항이 적용된다.

이밖에 관공서 주취소란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정상적 공무수행을 방해하거나 다른 민원인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거친 말과 행동을 한 경우를 일컫는다. 꼭 만취 상태가 아니어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행동이나 상태가 술에 취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면 법 적용이 가능하다.

행위자가 초범이고 기물 파손, 공무원 폭행 등의 피해가 없는 단순 소란이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지 않고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흥분해 큰 소리로 떠든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특히 공무원이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우면 법에 저촉되지만, 울타리가 있는 관공서의 마당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공무집행을 현저히 방해하는 처벌 대상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경찰청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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