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안착…제작사-플랫폼 간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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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안착…제작사-플랫폼 간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조짐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6.28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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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이용룔 66%로 성장…시장 주도권 변화 촉발
‘선공급 후계약’ 등 불합리 관행 팽배…PP “정상화 필요”
출혈 감수하고 블랙아웃 ‘초강수’도…제값 받기 절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들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간 콘텐츠 사용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웨이브 제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들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간 콘텐츠 사용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웨이브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대형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섰다. 콘텐츠 시장의 무게중심이 ‘플랫폼’에서 ‘제작사’로 옮겨간 데 따른 현상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콘텐츠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힐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선 ‘콘텐츠가 곧 경쟁력’이란 말이 나올 만큼 제작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대형PP는 이에 그간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플랫폼 기업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공급-후계약과 같은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부터 ‘사용료 정상화’ 등을 플랫폼 기업에 요구했다. 대형PP는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블랙아웃(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대형PP 위주로 플랫폼 기업과 사용료 협상을 벌이는 배경으론 콘텐츠 시장의 성장이 꼽힌다. 인터넷망과 같은 ‘기반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 위주로 콘텐츠 제공 사업을 영위했던 시장이 OTT 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OTT는 시장 안착에 성공하며 콘텐츠 업계의 전반적 활황을 이끌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지난해 66%로 크게 성장했다.

플랫폼 문턱이 낮아지면서 제작사가 직접 운영하는 구독형 서비스도 대거 등장했다. CJ ENM의 티빙과 지상파3사의 웨이브가 대표적이다. 플랫폼 다양화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 경쟁으로 이어졌고, 시장 주도권은 플랫폼 기업에서 제작사로 옮겨가게 됐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그간 플랫폼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제작사를 압박하는 구도였다. 국내에만 통용되던 ‘선공급 후계약’이 대표적 사례다. PP는 유료방송사업자(IPTV·SO·위성방송)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계약을 나중에 맺어왔다. 콘텐츠 가격을 연말이 돼서야 협상하는 기형적 관행 때문에 PP는 정상적인 대가를 받지 못해왔다. 이미 상품을 모두 공급한 상태라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공급 후계약’ 개선뿐 아니라 콘텐츠 제값 받기도 달라진 시장 주도권을 대변하는 현상으로 꼽힌다. CJ ENM은 KT와 ‘실시간 송출’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연장한 공식 협상 기한이 지났지만, 양측은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각도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협상의 핵심은 CJ ENM이 KT OTT ‘시즌’에 제공 중인 실시간 채널의 사용료의 분할 계산이다. CJ ENM은 그간 상대적으로 비중이 컸던 IPTV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에 ‘모바일 송출’을 포함해 대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OTT 서비스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이를 별도로 분리해 계산해야 한다는 게 CJ ENM의 입장이다. KT는 CJ ENM의 콘텐츠를 놓치면 사업적 타격이 불가피해 현실적인 협상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CJ ENM은 앞서 LG유플러스와 ‘U+모바일tv’ 실시간 채널 송출에 관한 협상을 결렬한 바 있다. 양측 입장은 수차례의 논의에도 좁혀지지 못했고, 지난 12일부터 U+모바일tv에서 제공하던 CJ ENM 10개 채널의 실시간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블랙아웃은 LG유플러스뿐 아니라 CJ ENM도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초강수’로 평가된다. 송출 플랫폼 감소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CJ ENM 관계자는 “블랙아웃에 이를 만큼 시장에 맞는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합리적인 콘텐츠 사용료 책정은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리쿱(회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제값 받기’가 안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제값 받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CJ ENM뿐 아니라 대형PP 전반에 퍼져있다. SBS도 최근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에 신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의 사용료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양측은 협상 난항으로 지난 16일 콘텐츠 제공을 중단했으나, 재협상 끝에 18일부터 서비스를 재개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티빙 등의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CJ ENM 제공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티빙 등의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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