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간부 중심 파업…창사 이래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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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간부 중심 파업…창사 이래 첫 사례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6.2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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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폐지 후 첫 사례
회사 “대화 창구 열어둬…교섭 재개 의향 있어”
노조 “노사협의회와 교섭 부당…투명 운영 촉구”
전상민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장이 2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2캠퍼스 앞에서 파업 돌입과 관련한 노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상민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장이 2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 앞에서 파업 돌입과 관련한 노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21일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다. 쟁의대책위원회 소속 노조 간부 6명이 참여하는 제한적 형태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사측과 임금인상률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파업엔 전상민 쟁의대책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임원 6명(위원장 1명·위원 5명)만 참여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설립 후 진행되는 첫 쟁의 활동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1년 만에 이뤄진 삼성 계열사 내 첫 파업이다.

노조는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사측의 교섭 태도를 규탄했다. 이 자리엔 조합원 40여명이 참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도 ‘지지방문단’을 꾸려 연대활동을 이어갔다.

전상민 쟁의대책위원장은 “임금인상률 2.3%포인트 격차 때문에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며 “회사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며 “노조가 응할 경우 언제라도 대화와 교섭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로 지난해 2월 출범했다. 현재 소속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10% 수준인 약 2400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올해 초 삼성 전자계열사 중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벌이며 기본인상률 6.8%를 요구해왔다. 또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준인상률 4.5%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의견은 수차례 논의에도 좁혀지지 못했다. 양측은 지난 2월부터 여러 차례 본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이뤄진 단체교섭에서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 91%의 지지를 받았다. 노조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판정을 받아 현재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에 지난달 25일 김정란·이창완 노조 공동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임금교섭이 재개됐다. 그러나 노조가 지난 9일 임금협상 2차 대표교섭에서 사측 최종제시안 수용을 거부, 이날 파업에 이르렀다. 회사는 최종안으로 임금인상 대신 노사 특별 공식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노조가 사내전산망을 이용해 설문 등을 진행하는 메일 발송을 차단하기도 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근거해 지난 3월 산업안전에 관한 설문을 메일로 발송하고자 했으나 차단당했다. 회사는 또 노조가 직원들에 보낸 해외출장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설문을 보냈으나, 직원들의 메일 보관함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회사는 노조가 노사협의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문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게시하자 이를 삭제 조치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에 고용노동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노동위는 이달 초 메일 발송 차단 및 삭제는 부당노동행위 성립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온라인 게시판에 삭제조치는 기각 처리했다.

노조는 이날 선제파업을 시작으로 점차 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총파업 등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쟁의 계획은 없으나,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점에서 회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노사협의회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나온 협상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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