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AMD ‘GPU’ 수주 가능성 증대…시장 안정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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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엔비디아·AMD ‘GPU’ 수주 가능성 증대…시장 안정화 ‘변수’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6.20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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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해시레이트 초점맞춘 GPU 시험 생산
엔비디아·AMD, TSMC 과부하에 삼성 문 두드렸나
코인 가격하락·中 정부 제재…안정화 땐 ‘수주’ 걸림돌
엔비디아가 출시한 가상화폐 채굴에 특화된 칩 CMP(암화폐 마이닝 프로세서) 이미지. 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가 출시한 가상화폐 채굴에 특화된 칩 CMP(마이닝 프로세서) 이미지. 사진=엔비디아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뜨겁다. 시장 열기는 채굴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품귀현상으로 이어졌다. 설계전문업체(팹리스)는 세계 반도체 부족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가상화폐 채굴 기능에 최적화된 GPU 생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에는 세계 GPU 점유율 1·2위를 기록 중인 엔비디아·AMD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객사가 요청한 주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시험 생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이미 양산 최적화 검토를 마치고,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우선 생산된 시험 제품이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경우 파운드리 수주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코인 채굴에 최적화된 GPU 위탁생산 의뢰를 받고, 수주를 위해 시험 생산 계획을 세우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가상화폐 채굴 성능(해시레이트)에 집중된 GPU인 만큼 생산 과정에서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GPU는 현재 생산하는 족족 매진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로 인해 게임 등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요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JPR)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PU 출하량(약 280만개) 중 25%에 달하는 약 70만개 제품이 가상화폐 채굴업자 손에 들어갔다.

엔비디아·AMD는 공급량을 늘려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가 서버·모바일·PC·자동차 등 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품귀현상에 대응해 공장을 최대로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GPU 물량 주문을 넣어도 당장 제품을 받기 힘들다.

엔비디아·AMD는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이미 2020년부터 삼성전자에 GPU ‘RTX30시리즈’ 생산을 맡겨왔다. 2차 추가 발주도 TSMC가 아닌 삼성전자를 택했다. 시장 일각에선 3차 추가 물량 발주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지난 2월 코인 채굴에 특화된 그래픽카드(CMP)를 선보이는 등 관련 시장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MD는 아직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긴 사례가 없다. 주요 제품은 대부분 TSMC가 맡아서 생산한다. 그러나 TSMC의 7㎚ 이하 공정의 공급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5㎚ 이하는 애플이 80%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에 밀려 GPU 수급이 부족해진 AMD 입장에서의 ‘공급처 다변화’ 대안은 삼성전자뿐이다.

AMD와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파운드리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시리즈에 탑재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100’를 공개하며 차기 플래그십 모델엔 AMD의 GPU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엑시노스 GPU에 ARM의 말리를 채택해왔으나 차기 제품부턴 AMD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AMD는 아직 엔비디아처럼 채굴 전용 GPU를 출시한 바 없다. 그러나 유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AMD 역시 비디오 출력 기능을 없앤 채굴 특화 GPU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AMD가 삼성전자의 5㎚ 공정을 이용해 GPU외에도 가속처리장치(APU)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번 시험 생산에 따라 GPU를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나 ‘변수’는 남아있다. 고객사의 시험 제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 외에도 △주요 가상화폐의 가격 하락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채굴 금지 확대 등이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GPU 시장 안정화로 수요 확대의 필요성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도 “그래픽카드를 게이머에게 돌려주겠다”며 암호화폐 채굴 제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 안정화 흐름에 힘을 보탰다. 채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엔비디아 RTX 30시리즈 가격은 여전히 출고가 대비 2~3배 높게 거래되고 있지만, 이달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GPU 공급사가 현재 생산 수준으로도 시장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파운드리 수주 논의를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GPU 파운드리 확대에 관해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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