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돈줄 조일 때라는데 대선 앞둔 정부 확장재정… 엇박자 혼란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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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돈줄 조일 때라는데 대선 앞둔 정부 확장재정… 엇박자 혼란 부채질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1.06.1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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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대 30조원 규모 2차 추경 편성
“시중에 푼 유동성 물가 상승 압력 커”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자본시장이 혼란스럽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 정책 방향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데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돈 풀 궁리를 하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20조~3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지원하고 경기 회복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이다. 올해 4%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확장 재정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계획이다. 사상 최초로 600조원이 넘는 ‘초슈퍼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558조원의 예산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대통령의 확장 재정 의지가 강력한 만큼 실현될 가능성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확장 재정 운용에 의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들어 큰 폭의 세수 회복으로 이어졌다”며 “확장 재정이 재정건전성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해 ‘대선용 돈 풀기’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헌법에 정해진 손실보상의 의무는 방기한 채 20조원+α 규모의 추경안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민생 안정이 아닌 정권 지속을 위한 2차 추경”이라고 지적했다.

통화당국도 정부의 확장 재정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정부가 돈을 푼다는데 금리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중에 푼 유동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금리인상을 예고한 거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10월 0.25%포인트(p)를 인상하고 내년 1~2월 추가로 0.25%p를 높일 거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현재 연 0.5%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총장의 발언 이후 3~5개월 정도 시차를 둬 시장이 금리 인상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오는 7·8·10·11월 네 차례 열린다. 시장은 7·8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등장한 뒤 10월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재정 정상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의 ‘주요국 예산안 및 중기 재정운용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 9%까지 확대된 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 3%로 감축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도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9%에서 내년 5.3%, 2023년 4.4%, 2024년 3.9%로 단계적으로 낮춰 2027년에는 2.8%를 달성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올해 9월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지원 대부분을 종료할 방침이다. 

미국은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16.7%에서 내년 7.8%로 축소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재정 정상화에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국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좋고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경기적인 요인으로 봤을 때 천천히 금리를 올려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시기는 글로벌 흐름을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이 지나치게 뒤처져서는 안 되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당한 보폭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사전 준비와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주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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