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불법 하청 확인…‘무리한 비용 절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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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사고, 불법 하청 확인…‘무리한 비용 절감’ 지적도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1.06.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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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법 재하도급 및 이면 계약 정황 포착
토산 위에서 굴착기로 철거…붕괴 위험도 증가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서 불법 재하도급에 이어 또 다른 철거업체의 개입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불법 재하도급으로 공사 비용이 줄면서 이어진 무리한 작업이 위험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광주경찰청 전담 수사본부(박정보 수사본부장)에 따르면 경찰은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공사 수사 중 다원이앤씨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석면 철거와 지장물 철거 공사를 수주받았으며, 이후 수주한 공사 일부를 철거 업체인 백솔건설로 불법 재하도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경찰은 지장물 철거 공사 역시 다원이앤씨에서 다른 업체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약 사항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일반건축물 철거 공사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고, 한솔기업은 백솔건설로 재하청을 주는 불법 다단계 구조도 확인됐다. 경찰은 불법 재하청과 관련해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대표 등 모두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익 분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불법 다단계 구조 형성 과정에서 다원이앤씨가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9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철거 중인 지상 5층 건물이 무너져 정류장에 멈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으로 인해 공사 비용이 줄면서 무리한 작업이 위험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철거 작업자들이 건물 주변에 토산을 쌓아 그 위에 굴삭기를 올려놓고 벽체 등을 조금씩 부숴가며 작업을 진행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철거업체는 지하 1층∼지상 5층인 해당 건물을 꼭대기 층부터 걷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철거를 진행하려면 지상에서 옥상을 철거할 수 있는 특수 굴착기를 동원해야 하지만 사고가 난 철거 현장에선 토산 위에 일반 굴착기를 올려 철거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토산을 쌓고 굴착기를 이용해 건물을 부수는 철거 방식은 폭약이나 크레인을 이용하는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받는다. 철거 과정에서 부자재들이 주변으로 굴러떨어지거나, 하중 계산을 잘못하면 건물이 완전히 쓰러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소규모 현장은 여전히 토산에 굴착기를 이용한 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은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수칙과 규정들이 있지만, 이것들이 모두 지켜지는 현장은 거의 없다”며 “소규모 작업에서는 특히 안전 문제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먼저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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