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산업이 외교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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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산업이 외교 경쟁력이다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6.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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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주한 중국대사가 한 말이 거슬린다. 김치 종주국 논쟁 관련 ‘이제야 내 것, 네 것 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행패는 먼저 부려놓고 점잔 뺀다. 중국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인도 안했다. 한국인은 논쟁할 가치가 없는 논제를 두고 끈질기게 우기는 꼴이다. 요즘 한국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행태가 다분히 의도적여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 1공장 부지를 매각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공장은 사드발 무역분쟁 후 수년간 판매 부진으로 2019년 4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다고 한다. 현대차는 부지를 팔고 중국 사업을 친환경차 위주로 전환할 방침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자는 2016년경 중국 출장 취재를 갔을 때 취재원으로부터 현대차 공장이 환경문제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베이징시는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퇴출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현대차 베이징 1공장도 부지 사용계약을 갱신해야 할 때 이전 논의가 오갔던 듯 보인다. 딱히 베이징 공장이 문제라서가 아니라 당시 중국은 최첨단 기술 위주의 해외 산업자본 유치에 매달리며 기존에 공헌했던 전통 산업은 시외로 내모는 분위기였다. 자동차 공장도 그 속에 포함됐다.

그 때부터 베이징시는 현대차 공장이 눈엣가시였던 듯하다. 그러던 차에 사드 분쟁까지 겹쳐 버티기 힘들었던 현대차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을 대하는 태도와 자동차를 대하는 것에 온도차가 심하다. 토사구팽이 연상된다.

그런 중국이 이번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약속에 대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에 대한 내정간섭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이면에 그런 심사가 꼬여 있는 게 비친다. 산업과 외교는 별개로 다루는 게 온당하지만 중국의 뒤끝이 작렬했던 사드 분쟁을 경험한 후 페어플레이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더 이상 외교와 산업은 따로 볼 수 없게 됐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화두는 경제기술협력이었다.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의 협력, 미국시장 진출 기회 마련 등이 외교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동원됐던 삼성, 현대차, SK, LG 4대그룹에게 이번 진출 기회가 진정한 기회였는지는 의문이 든다. 미국에 약속한 대규모 현지투자가 볼모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우일까.

분명한 것은 산업이 외교 협상의 중요한 무기가 됐다는 점이다. 투자를 볼모로 무엇을 얻을지는 현시점에선 추상적이지만 산업이 국격을 높인 활약상은 각인됐다.

다시 사드로 돌아와 중국이 한미정상회담을 빌미로 경제보복에 나설 것에 대한 해결책도 산업이 효과적일 듯하다. 중국이 섣불리 등 돌리지 않게 반도체처럼 대체불가능 요소가 많아야 한다. 일본이 수출규제로 보복했을 때는 비겁해 보였지만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시대로 세상은 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 압박을 넣기도 하고, 일본이 수출억제라는 헛다리를 짚어도 배울 점은 있다. 산업을 중시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극성스럽다는 점이다. 새로운 글로벌 외교 지형에서 산업의 중요성은 그만큼 유치할 정도의 뻔뻔함을 유도한다. 우리 산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그런 적극성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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