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목사는 44% 찬성, 장로는 17%만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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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목사는 44% 찬성, 장로는 17%만 찬성
  • 송상원 기자
  • 승인 2021.05.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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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정년연구위원회 공청회 열고 의견 청취
양현표 교수 “정년 폐지, 소명 정신으로 돌아가는 한 방편"
신종철 목사 “정년 연장이 욕심? 이는 유교적 사고방식”
오태균 교수 “정년 폐지 및 연장 옹호 견해는 자의적 성경해석”

[매일일보 송상원 기자] 예장합동 정년연구위원회(위원장 김진하 목사)는 27일 예수사랑교회(담임목사 김진하)에서 ‘정년연구를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김진하 위원장은 “교단에서 정년제를 실시한지 30여년 정도 된다. 그동안 획일적으로 시행돼온 정년제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를 달리하며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꾸준하게 제기돼온 정년 조정에 대한 전국 교회들의 계속적인 헌의로 인해 특별위원회인 정년연구위원회가 세워지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청회를 준비했다. 이 행사가 한국교회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의미심장한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공청회에는 오태균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실천신학), 양현표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실천신학), 신종철 목사(예인교회)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목사, 장로 3425명 조사 결과 정년 연장 찬성 38%

정년 줄이자는 의견은 15%, 현행 유지 찬성은 47%

양현표 교수는 ‘예장합동 소속 목사와 장로 3,425명(목사 2638명, 장로 787명)’이 응답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 설문조사는 총회 산하 특별위원회인 정년연구위원회가 2021년 4월 전국 140개 노회의 봄 정기노회에 참석한 목사 및 장로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38%는 정년을 70세에서 상향해야 한다고 답했고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15%였다. 현행대로 70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7%였다.

정년에 대한 목사와 장로의 생각은 극명히 차이 났다. 목사의 경우 70세 정년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44%였고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11%였으며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은 45%였다.

반면 장로들은 정년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17%였고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31%였으며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2%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양현표 교수는 “목사와 장로 간의 갈등 결과일 수 있으며, 장로의 입장에서 목사가 바뀜으로 인한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사례를 받는 사역자와 자원한 봉사자의 시각 차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년을 상향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평균수명 증가(38%) △성경과 총회 헌법정신 부합(23%) △건강지수가 현격히 좋아짐(14%) △저출산, 고령 사회를 위한 조치(14%) △생계형 목사들의 노후 보호(6%) △신학생이 줄어가는 현실에 대한 방안(5%) 등을 들었다. 위 퍼센트 분포는 목사와 장로 그룹에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정년을 유지하거나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차세대에 기회를 줘야 함(39%) △노화 현상으로 인한 창의력과 판단력 부족(34%) △시대의 공공성이라는 기준에 합당(27%) 등을 이유로 꼽았다. 목사와 장로 그룹 모두 이런 순서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차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비율이 목사 그룹은 35%인데 비해 장로 그룹은 46%로 월등히 높았다.

‘시대의 공공성이라는 기준에 합당하다’는 것이 가장 낮은 비율의 이유인 것에 대해 양 교수는 “교회가 사회의 시선에 대해 민감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며 양 교수는 “교단 내 여론이 현행 정년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억해야만 하는 것은 정년 상향을 찬성하는 비율 역시 40%라는 것이다. 이는 절대 낮지 않은 수치”라며 “따라서 교단은 이제 정년제도에 관한 이슈를 해결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30여 년 전 왜 정년제도가 정착하게 됐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그때와 비교해 지금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감안하여 정년제도에 대해 필요한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현표 교수 “여론이 항상 옳은 것 아니다”

정년제도에 대해 성경, 전통, 이성, 경험적 측면에서 고민해야

양 교수는 여론이 항상 옳고 하나님의 뜻에 들어맞는 것은 결코 아니기에 정년제도에 관한 처방을 내릴 때 이번 설문조사 결과만이 기준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목회 신학자 토마스 오덴의 방법론을 소개했다.

양 교수는 “오덴은 목회 현장의 어떤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는 성경, 전통, 이성, 경험의 측면에서 접근하라고 했다. 이슈에 관해 성경이 뭐라고 말하느냐를 살피고 역사 속에서 그 이슈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을 사용한 지혜와 합리성으로 판단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년제도에 관한 성경적 원리는 무엇인지, 교회 역사 속에서 정년제도가 필요했는지, 지금의 교단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가 정년제도의 변화를 요청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과 전통 측면에서는 2020년 4월 21일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총회 정년연구를 위한 공청회’에서 역사신학자 서창원 교수가 한 주장이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서 교수는 성경에서 정년제도의 근거를 찾을 수 없고 또한 장로교 역사 속에서도 정년제도의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밝히며 성경적, 역사적 근거가 없는 정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양 교수는 “사실 선배 기독교 국가 중에서 강제적인 ‘목사, 장로’ 정년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음을 2020년 정년에 관해 연구했던 학자들 다수가 밝히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정년제도 자체가 선배 기독교 국가에서는 기독교적 정신과 가치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정년 연장 혹은 폐지가 원래의 소명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창원 교수의 연구 결과를 빌리자면 정년제도는 성경적, 역사적 근거도 없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제도다. 성경의 원리가 아닌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은 결과적으로 긍정적 작용보다는 부정적 작용이 크다. 또한 교단의 목사 수 부족 현상이 도래하는 불과 십수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본다면 정년의 상향 조정은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조치는 아니지만 효과적인 조치는 된다고 판단한다. 내가 확신하기로는 목사 부족 현상이 도래하면 정년 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며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정년 연장 혹은 정년 폐지는 원래의 소명 정신으로 돌아가는 한 방편이며 교단의 목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적 방편을 될 것”이라고 했다.

오태균 교수 “정년 폐지는 신앙 공동체 하나 됨 해쳐”

이날 오태균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정년 연장 및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오 교수는 “현재 총회에서는 다수의 노회에서 목사의 정년 연장에 대한 헌의안이 지속적으로 상정되고 있다. 교회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구성원들은 현재 담임목회자의 정체 현상으로 담임목회직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후배 목사들의 진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에 위치한 성도 150명 정도 규모의 교회에서 담임목회자를 청빙하려면 100:1의 경쟁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가운데 성경에 성직에 있어 나이 제한이 없다거나 평생토록 그 직분을 유지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현재 담임목사의 정년 폐지 혹은 연장을 옹호하는 견해는 신앙 공동체의 하나 됨을 해치는 주장일 뿐이다. 이것은 이 시대에 적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성경에 근거를 두는 주장이라고 하지만 자의적 성경해석에 불과하다”고 했다.

오태균 교수는 정년 폐지 혹은 연장 주장이 자의적 성경해석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성경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목회자 물러나게 하기 위한 ‘정년 폐지 반대’는 바람직하지 않아”

신종철 목사는 발제를 통해 사람들이 목회자의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성경적으로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 목사는 “정년을 반대하는 이들의 이유를 보면 우선 정년만이 목회자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실질적인 방법이고 둘째로는 정년이 연장되면 젊은 목회자의 앞길을 막는 이기적인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전반의 정년보다 목회자의 정년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고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면 사회로부터 비난받고 교회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반박했다.

신 목사는 “우리 교단에서는 정년만이 목회자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실질적인 방법이라는 인식이 있다. 교인들이 목회자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물러나게 할 수 없기에 정년이 될 때까지 참는다. 그런데 정년이 연장되거나 아예 정년이 없어진다면 이들은 정말 골치 아프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년 연장 또는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교인들이 원하지 않는 목사나 장로를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정년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젊은 목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나는 것은 유교적인 사고방식에서는 박수받을 일이다.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욕심이고 악한 일처럼 생각되기 쉽다. 불교적 사고방식에서 본다면 그것은 자신을 비우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정년 연장이 되더라도 담임목회지의 기회가 늦어지는 것이지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기회가 늦게 주어질 수 있겠지만 그들도 정년 연장 적용을 받아 더 오랫동안 사역할 수 있다”면서 “어설픈 나이에 담임목회를 시작하는 것보다 숙련되고 하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다. 한때 30대 젊은 담임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연령대가 높아져 50대 중반의 목회자를 청빙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신앙과 인격은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 기준은 세상이 정해주는 것 아냐”

신 목사는 정년 연장이 사회의 비난을 초래할 일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는 교회가 무슨 일을 해도 비난하는 형국이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하거나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는 고린도전서 10장 23절과 24절 말씀이 정년 연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라며 “교회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비난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지금은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성경적인 원칙을 따를 때 세상은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난을 해왔다. 이 세상의 비난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기준은 세상이 우리들에게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정년 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은 불신 세계에서 나오고 있지 않다. 그들은 이 부분에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런데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선정적인 기독교 언론이 비난 여론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했다.

신종철 목사는 신앙과 행위에 대한 최고의 기준은 오직 성경이기에 정년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목사는 하나님께서 사명으로 부르신 사람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사무엘은 어린 나이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반면 모세는 80세의 나이에 하나님께서 부르신 것과 갈렙이 85세에 헤브론 땅을 직접 탈환해 쟁취하는 일에 사용된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예수님의 제자들도 죽을 때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했고 사도 바울도 역시 마찬가지였음을 말하며 주님의 사명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직에서 물러선 사람이 없다고 했다.

신종철 목사 “정년 관련 유교적 개념을 개혁적인 것으로 착각하면 안돼”

신 목사는 유교적인 개념을 개혁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에는 오랜 목회 경험을 가지고 복음을 나누는 일에 가장 뛰어난 목회자들을 배제하는 것이 덕스러운 일인 양 속이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경적이고 멋있는 것이라고 속이고 있는 중”이라며 “사탄은 교회를 핍박하는 방식으로 어렵게 하기보다는 마치 유교적인 개념을 개혁적이고 바른 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교회의 손발을 묶는다.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 현명한 분별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성경에 근거해보면 목회자의 정년에 대해 언급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은퇴 나이는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개인과 교회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면서 “천주교의 경우 정년이 없다. 대부분의 신부들은 대체로 75세에 은퇴하고 있는데 개인의 건강 여부에 따라 더 일찍 은퇴하기도 하고 더 늦게 은퇴하기도 한다. 정년을 없애고 개인과 교회의 상황에 따라 은퇴하는 것이 종교계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신 목사는 미국 개혁교회 교단(RCA)이 경우에 따라 70세가 된 목회자도 정년을 연장해 시무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하면서 노회가 개교회의 형편에 따라 목사 정년을 만3년 연장할 수 있게 허락 해주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장한 3년은 총회와 노회에서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하고 예수님의 3년 공생에 기간처럼 복음을 전파하고 치유하는 일에 힘쓰며 개교회 목양 사역에 전념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편 공청회를 마치며 정년연구위원장 김진하 목사는 “오늘 공청회는 말 그대로 정년에 대해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한 것이지 결론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준비하면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터치해야 할지 곤혹스러웠다”면서 “첫걸음이니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양해해 주시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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