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LCC, 줄줄이 자본잠식…유동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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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LCC, 줄줄이 자본잠식…유동성 ‘빨간불’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1.05.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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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자본잠식 상태…부채비율 급등
장기적 대안 없어…정부, 2000억 지원 방침 내놨지만 요원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적자로 제주항공 등 LCC 3개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를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탓에 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 LCC 4개사(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중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총계(자기자본)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1분기 기준 유동성 위기가 가장 심각한 곳은 진에어다. 진에어의 자본잠식률은 42%로 가장 높았다. 자기자본이 259억원인 가운데, 총부채는 464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793%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359%)와 비교하면 부채비율이 약 5배 늘어난 셈이다. 

뒤이어 에어부산이 34%, 제주항공이 29%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했다. 특히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자본총계가 줄면서 처음으로 부분 자본 잠식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의 총부채는 966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0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총 1761억원에 달한다. 유동성 리스 부채 1138억원까지 합치면 제주항공의 상환 차입금은 3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1분기 47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에어부산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에어부산의 자본총계는 538억원이며, 자본금은 82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838.7%에서 올해 1분기 1750.4%로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1분기 454억의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가 2배 늘었지만, 최근 단행한 유상증자 덕분에 자본잠식을 면했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를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LCC들의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년 이상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령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 이상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문제는 LCC들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흑자를 내지 않은 한 장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무착륙 관광비행이나 국내선 특가로 비행기를 계속 띄우고 있지만 간신히 변동비만 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초 2000억원 수준의 자금지원 방침을 내놨으나, 아직 자금 지원을 위한 실사 등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현재 LCC는 코로나19 타격으로 모든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고, 티웨이항공같은 경우,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서 간신히 자본잠식 상태를 면했으나 이는 미봉책일 뿐 정부의 지원이 매우 다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CC의 현금 소진 속도가 빨라 어느 LCC도 올해를 버틸 만큼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며 “국제선 여객 반등이 지연되면서 LCC들이 올해 내로 흑자 전환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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