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애널리스트를 '꽃'이라 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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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애널리스트를 '꽃'이라 부르는가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3.07.1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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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지난달 외국계 투자은행이 삼성전자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스마트폰 성장 둔화로 성장 정체가 예상된다는 것을 매도 의견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국내 증권사서도 같은 생각을 가진 연구원들은 많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매도’ 의견을 소신껏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국내 증권사서 목표주가 하향이란 간접적인 매도 의견도 외국계 IB들의 매도 의견 이후에야 겨우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 중 ‘매도’의견은 단 1건으로 집계됐다.

연구원들이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 전개에 대해 기-승-전-'매수' 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매수를 권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상장사 관련 기사 내용 중 향후 실적 전망과 관련해서 취재를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으로부터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내용은 틀린 것이 없지만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기사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담당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코멘트는 지극히 평이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사 논조가 비판적이라 기사 내용 중에 자신의 멘트가 쓰인 것이 부담됐을 것이라 생각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기업분석 연구원들의 분석보고서 말미에는 항상 본인의 의견이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없이 정확하게 반영돼 작성됐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여러 곳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의 현실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소신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면 기업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는다”며 “심한 경우 탐방도 거절당해 보고서 작성이 힘들 수도 있다”고 귓띔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기업에 안좋은 내용을 쓰기 힘든 이유는 벌써 40대 초반이면 시니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명이 짧다”며 “연구원 이후 대개가 법인영업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나중에 클라이언트가 될 기업들 눈치를 안볼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분위기가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당분간 용기있는 ‘매도’ 레포트를 보기 힘들 것이란게 답답한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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