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파업‧사무직도 단체행동…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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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노조 파업‧사무직도 단체행동…위기감 고조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1.04.20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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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단협 난항에 20~23일까지 파업 돌입…올해만 두 번째
사무직 중심으로 공동행동 모임 형성…근무 여건 등 비판 쏟아내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2019·2020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2019·2020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내홍에 휩싸였다.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난항에 빠지자 노조가 또 다시 파업을 선언한데다 이와 별개로 사무직을 중심으로 단체행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올해 두 번째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20일부터 22일까지 부서별로 나눠 각 2시간씩, 오는 23일에는 전 조합원이 오후 1시부터 4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19일에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올해 첫 번째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단협이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 2월 3일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통합교섭에서 기본급 6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약정임금의 349%, 격려금 약정임금의 100%+350만원, 각종 손배소송 및 징계 철회 등을 골자로 하는 1차 잠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틀 뒤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찬성표가 과반에 못 미치는 41.15%에 그치며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지난달 재교섭을 갖고 기존 합의안에 조선산업발전 특별격려금 200만원 지급, 물적분할 관련 소송 취하와 더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추가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45.07%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두 차례나 부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동결된 기본급 인상에 더해 지난 2019년 물적분할에 대한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이 두 차례나 부결되자 조합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전날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중앙쟁대위 회의에서 조합원들의 요구에 성실하게 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측을 향해 투쟁할 것임을 결의했다”면서 “조합원의 염원을 무시하고 시간만 끌고 있어 현장을 조직하고 재정비해 세부 전술에 맞춘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직 중심 노조와는 별도로 사무직 노조 설립 조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사무직 직원들이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첫 번째 선전물을 발행한 것이다. 

이 모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약 700여명이 채팅방에 참여 중이다. 이들은 첫 선전물에서 ‘임금 없이, 노동 없다(No Pay, No work)’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상태다. 

사무직 공동행동은 △업무시작 시간인 오전 8시 이전 출근 강요 금지 △퇴근시간인 오후 5시 PC 자동 종료 △계획 연·월차 등록시 수량제한 폐지 △강제 시차출근제 및 시간악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선전물에서 “경영진은 젊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사회성 부족이라고 말하며 틈만 나면 부려 먹으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선전물을 시작으로 사무직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위해 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의 움직임이 실제 사무직 노조 설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사무직(일반직) 지회가 존재하는데다 사무직 사원과 대리들은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5년 1월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당시 추진된 희망퇴직에 맞서 현대중공업 일반직 지회를 설립했으나 현재는 극소수만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사무직 직원은 전체 직원 1만2500여명 중 약 19%인 2400여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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